[도청도설]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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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이 끝나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2차 세계대전 패배 후 경제성장을 거듭한 일본은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국민은 '미래 에너지'(원자력)에서 희망을 봤다. 건설 당시(1966년) 밝은 미래라던 거대한 건축물은 앞으로 몇십 년에 걸쳐 직면해야 하는 부끄러운 유산이 되었다. 우리는 오늘도 과오를 악착같이 청산하고 있다'는 요시다 소장의 내레이션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여전히 수습되지 않았으며 폐로 작업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는 엔딩 문구는 확신이란 오만함에 대한 반성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원전 사고의 현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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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8일 미국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이 끝나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국제원자력기구의 ‘적합 판정’ 최종보고서를 들고 대내적으로는 어민 설득작업을 마무리하고, 대외적으로는 ‘세계 맏형’ 미국과 이웃 나라인 한국의 이해를 얻으며 모양새를 갖추려 한다. 이렇게 일본 정부가 잘 짜놓은 ‘그림’ 속에서 인류는 곧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라는 초유의 실험대에 서게 된다.
오염수 처리시설(ALPS)로도 걸러지지 않은 삼중수소는 희석해 방류하면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견해가 과학자들 사이에서 극명하게 엇갈린다. 찬반 판단 전에 이런 의문이 든다. 오염수를 먹을 해양생물, 그 해양생물을 먹을 인간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관한 판단 근거가 없는(이제 사고가 난 지 고작 12년에 불과하다) 상황에서 그렇게 자신할 수 있나.
최근 개봉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다룬 일본 드라마 ‘더 데이스(The days)’는 자신하고 확신하는 것 자체를 경계하라고 말한다. 드라마는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제1원전 소장이었던 요시다 마사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사고 후 일본 대응은 목불인견이었다. 최고 비상 단계라 할 ‘전력이 차단됐을 때’에 대비한 매뉴얼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왕좌왕하던 사이 냉각 기능을 잃은 원자로는 폭주했다. ‘제어를 잃은 원전이 왜 진정되었나. 결국 결정적인 요인은 모른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최악의 사태를 피한 뒤 요시다 소장이 한 말은 자신이 만든 산물(원전)조차 확실히 제어하지 못하는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투영한다.
‘2차 세계대전 패배 후 경제성장을 거듭한 일본은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했고 국민은 ‘미래 에너지’(원자력)에서 희망을 봤다. 건설 당시(1966년) 밝은 미래라던 거대한 건축물은 앞으로 몇십 년에 걸쳐 직면해야 하는 부끄러운 유산이 되었다. 우리는 오늘도 과오를 악착같이 청산하고 있다’는 요시다 소장의 내레이션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여전히 수습되지 않았으며 폐로 작업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는 엔딩 문구는 확신이란 오만함에 대한 반성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원전 사고의 현실을 보여준다.
기자는 동일본대지진 발생 1년 뒤 취재 차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센다이를 방문했다. 흔적도 없이 휩쓸려 나간 해변가 마을에서 느꼈던 그날의 황량함 막막함이 ‘매뉴얼’ 없이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가 시작될 지금 오버랩된다.
이선정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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