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의 ‘비건 햄버거’ 한번 드셔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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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화엄사 비건 햄버거 한번 드셔보겠습니까."
조선 숙종이 '선교양종(禪敎兩宗)의 대가람(大伽藍·큰절)'이라 한 천년고찰 전남 구례 화엄사의 주지 덕문 스님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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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장 음악회-사진찍기-요가 이어 올해는 자체 ‘굿즈’에 야간개방까지
“절은 스님만 아닌 모든 사람 위한 곳… 좋은 것 다 베푸는 게 부처님의 뜻”
“하하하, 화엄사 비건 햄버거 한번 드셔보겠습니까.”
“저도 아이디어를 내지만 절 차원에서 홍보위원회를 만들었어요. 제가 귀가 아주 얇아요.(웃음) 그래서 위원회에서 이런 거 저런 거 해보자고 하면 대부분 하지요. 실패할 수도 있지만 뭐 어떻습니까. 많은 분이 즐거워한다면 해보는 거죠. 모기장영화음악제도, 우리 어릴 때 마당 평상에서 수박 먹으며 TV 보던 추억을 떠올리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시작했지요. 처음에는 돗자리를 깔려고 했는데, 여름에 모기가 많아서 2, 3인용 모기장 안에 들어가서 보는 걸로 바꿨습니다. 근데 그게 더 운치 있다고 좋아합디다.”
―자체 굿즈도 만들었더군요.
“버려지는 커피 원두 마대를 활용해 가방과 컵 홀더, 차받침 등을 만들었어요. 친환경적이고 홍보 효과도 있지만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것저것 해보고 있습니다. 홍매화를 새겨 넣었는데, 꽤 예뻐요. ‘화엄사 비건 햄버거’도 개발 중인데, 곧 출시할 예정이에요. 요즘 사찰음식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니까 접목을 한 거죠. 절에서만 파는 게 아니라 백화점이나 마트에도 납품하려고 해요.”
―홍매화 사진 찍기 대회 때는 차가 하루에 1만 대씩 들어왔다고요.
“구례 지역이 먹고살 거리가 부족해요. 절도 지역사회 안에 있는데, 스님들만 잘 먹고 잘살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지역이 발전하는 게 절에도 좋은 거지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면 아무래도 이런저런 효과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제가 주지로 취임해서 첫 번째로 했던 일이 절에 가로등을 설치하는 거였어요. 밤이면 어두컴컴해서 사람들이 다 내려갔으니까요. 보통 절들이 문화재 관리 때문에 야간 개방을 잘 안 하는데,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를 설득해서 8월부터 밤 12시까지 개방한 것도 같은 이유지요. 조명도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설치해서 걸어다니기에 굉장히 좋습니다.”
―각종 행사로 지난해 지역사회에 46억 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생겼다더군요.
“행사가 있는 날은 절 아래는 물론이고 구례 읍내 음식점들까지 식재료가 오후면 다 떨어졌다고 해요. 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하루 50잔도 안 팔린 커피가 200∼300잔이 팔린다고 하니 마음이 좋지요.”
―그래도 요가 대회는 너무 파격적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젊은 여성들이 달라붙는 옷을 입고 절 안을 돌아다니는 걸 안 좋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참가했어요. 저는 절이 스님들만의 공간이 아닌 모든 국민을 위한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오래되고 국보·보물로 절을 채운들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화엄사와 구례를 찾아오는 분들께 특별한 선물도 해주고 싶고…. 우리가 베풀 수 있는 것은 다 베푸는 게 부처님 뜻이 아닐까요. 화엄사 홍매화, 들매화가 얼마나 좋습니까. 섬진강을 낀 경치는 또 어떻고요. 그 좋은 걸 중들만 즐기면 너무 아깝지요.”
구례=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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