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비바람을 맞아야 큰다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 상무 2023. 8. 1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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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갔는데 딸이 “나 태풍은 처음이야”라고 했다. “뭐라고?” “내 인생에 태풍은 처음이라고.” 나는 배시시 웃음이 나왔지만 반대로 아이는 걱정이 대단하다. 집에 있는 햄스터도 대피할 수 있도록 상자에 넣어야 하는 것 아니냐, 베란다의 앵무새는 괜찮으냐, 태풍인데 학원에 빠져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다. 앵무새도 안방으로 들이고 햄스터도 자기 전에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잤다. 반대로 중학생 아이는 두려움이 없다. 같은 태풍이 밀려오고 있는데, 엄마가 말리는데도 태풍을 경험해보겠다며 친구랑 놀이터에 다녀왔다. 생각보다 비가 안 온다며 실망이 대단하다. 중2는 정말 위험하고 대책 없다.

처음 겪는 감기, 처음 맞는 학교생활 등 생각해 보면 아이에게는 모든 것이 처음이다. 학원에서 어떤 애를 알게 되었는데 그 친구가 눈앞에서 다른 친구에게 귓속말을 했다. 나중에 다른 친구를 통해 “네가 못되고 기분 나쁘게 생겼대”라고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는 충격을 받아서 소리 없이 울었다고 일기장에 썼다. 너무 속상해서 가족들이 지나갈 때 이불을 푹 덮고 자는 척을 했다고 한다. 얼마나 답답하고 억울했을까. “걔가 너를 잘 몰라서 그랬나 보다. 그래도 처음 만났는데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아닌데, 다른 친구랑 친한 네가 질투가 났나 보다”라고 위로를 해줬지만, 많이 슬퍼했다.

태풍은 힘이 없어져 비구름으로 변해 지나갔다. 우리 동네를 지나간 태풍은 우려했던 것보다 심하지 않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같은 태풍 때문에 심하게 피해를 본 지역도 있을 것이다. 자연의 태풍은 지나갔지만, 마음의 태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같은 일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그냥 넘길 수 있는 일이고, 다른 이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

이번 경험으로 아이는 모든 사람이 가족처럼 자신을 지지하지는 않을 수 있다는 걸 배웠겠지. 또 살다 보면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겠지. 이런 일 저런 일을 경험하면서 자아가 생기고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듯이 마음이 조금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걸 누군가 대신해줄 수는 없다. 비바람을 겪어보면 다음의 비바람이 예고되었을 때 준비를 할 수 있다. 마음의 태풍도 자신을 준비시키는 단련의 시간이다. 다음번에 마음의 태풍이 다시 올 때는, 소중한 햄스터와 앵무새를 태풍에서 지켰듯이 딸아이의 소중한 마음을 안전하게 잘 지키면 좋겠다. 그 성장의 시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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