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세대에 걸친 도전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미래를 둘러싼 담론이 백가쟁명이다. 기술은 늘 세상을 바꿔왔지만, 이번 AI 기술이 초래할 변화는 경제, 안보, 사회, 정치, 교육, 과학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있으며, 더 나아가 인간의 생각과 창조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처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에 대한 열광에서부터 인류 생존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공포에 이르기까지 온갖 예측이 무성하다. 지금은 마치 점치듯이 미래를 예측할 때가 아니라, 인공지능의 발전에 발맞춰 심도 있고, 광범위하고, 실행 가능한 논의를 선행할 때다. 미래는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현재의 의사 결정과 자원 배분, 즉 정책에 상당 부분 의존하기 때문이다.
AI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는 크게 두 가지의 상반된 시각에 바탕을 두고 전개되고 있다. 하나는 미국 AI안전센터(CAIS)의 경고대로 AI는 일자리 소멸, 가짜 뉴스 양산, 그리고 종국에는 AI가 인류를 유혹하는 이른바 ‘그루밍’의 위험 등을 초래할 수 있어 관리와 규제의 고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빌 게이츠의 말대로 AI는 PC의 등장 이래 가장 중요한 기술 혁신이며 AI의 부정적 측면은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전기나 컴퓨터처럼 극복할 수 있으므로, 지나친 규제보다는 자유방임적 정책(lassez-faire)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정치적 이념과 결부되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어 의견 일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가까운 시일 안에 실효성 있는 국제적 가이드가 마련될 것 같지도 않다.
그러면 AI에 대한 정책 수립은 어떠한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첫째, 특정 사안을 토대로 AI 규제를 논의할 경우 ‘사건에 기초한 정책(episode based policy)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를 이용한 선거 여론 조작처럼 특정한 남용 사례 등을 들어 AI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면 보다 일반적인 AI 정책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정책을 마련할 때는 전반적인 흐름을 보아야지 자극적인 노이즈(noise)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둘째, AI 분석에 분명한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AI가 인간처럼 생각하느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AI 시스템의 평가가 단순한 인간과의 비교에만 의존한다면 올바른 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셋째, 모든 기술 혁신이 그렇듯이 AI도 커다란 정책적 시사점을 내포하고 있다. AI 시스템은 민주주의 절차, 사법 시스템, 교육, 노동시장, 금융 등 우리 생활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해 어떠한 정책을 결정하느냐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 이런 결정은 또한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AI는 결국 정책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넷째, AI 정책은 현실적이고 집행 가능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흔히 기술 변화를 단기적으로는 과대평가하고 장기적으로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AI 관련 규제를 6개월 또는 1년 안에 졸속으로 마련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국제 협약이 성사되기를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을 것이다.
20세기는 정부, 개인, 시장, 시민사회의 관계 설정이 중요한 이슈였다면 21세기는 기술 변화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고 이를 위해 어떠한 정책적 대응을 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AI가 자동차, 비행기, 의약품처럼 새로운 기술 변화의 상징이라면 이를 관리할 새로운 규칙의 제정이 필요하다. 강력한 기술 혁신은 새로운 위험 요소도 내포하고 있지만 엄청난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술 혁신이 가져오는 이 두 가지 충격을 어떻게 균형 있게 수용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이다. 필요한 입법 조치, 민관 합동 AI 위원회의 설치, 새로운 행동 규범 마련 등을 포함하는 범국가적 대응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세대에 걸친 도전’이라는 긴 호흡으로 정책을 마련하되 우선순위를 정해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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