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무너진 좌파…`아르헨 트럼프` 예비선거 1위 이변
100%대 인플레 여파 등에 집권당 심판론 먹혀
24개 주 중 16개 주에서 압승…10월 대선 전 승기
중앙은행 폐쇄·무기판매 장려 등 공약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진행된 아르헨티나 예비선거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리는 극우파 계열 제3 후보가 1위를 차지한 것이다. 4년 전 친시장주의자 대신 좌파를 선택했던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이 한층 심각해진 경제 위기에 이번에는 완전히 '우로 돌아'를 한 분위기다.
1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공한 실시간 온라인 개표 결과를 보면 전날 치러진 예비선거 성격의 '파소'(PASO·Primarias, Abiertas, Simultaneas y Obligatoria)에서 극우파 '진보자유' 소속의 하비에르 밀레이(52) 하원 의원이 가장 많은 30.0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집권 세력인 좌파 '조국을 위한 연합'의 세르히오 마사(51) 경제장관이 21.40%를 차지해 2위로 밀렸다. 이어 제1 야권 중도우파 '변화를 위해 함께' 소속 후보 2명이 16.98%와 11.29%로 각각 3, 4위를 기록했다. '변화를 위해 함께'는 후보 연대를 할 경우 2위로 올라설 수 득표율이다.
특히 밀레이 의원의 경우 유권자가 많은 코르도바·산타페·멘도사주를 비롯해 24개 주 중 16개 주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번 여론조사 추이는 그간의 조사와는 전혀 달라진 결과다. 예비선거 전 진행된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선 대체로 중도우파 '변화를 위해 함께'와 좌파 '조국을 위한 연합' 소속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일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이번 결과를 놓고 현지에선 '충격적'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밀레이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해 이 나라에 기생하며 도둑질하는 쓸모없는 정치 계급을 종식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밀레이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이다. 여러 연설에서 자신을 '자유주의자'라고 지칭한 그는 지난 수십 년간 권력 다툼을 하며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를 지배한 '페론주의'(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여당인 '조국을 위한 연합' 계열)와 '마크리스모'(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운동·보수 야당인 '변화를 위해 함께' 계열)에 대한 심판론을 주창해왔다.
밀레이는 달러 공식 통화 채택과 공기업 민영화 등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부 재정 지출의 대폭 삭감을 밝혀왔다. 아울러 "각종 범죄에서 자신을 지켜야 한다"며 무기 판매를 장려하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여러 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그것과 닮았다고 해서 현지에선 밀레이를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부른다. 이웃 국가인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도 비슷한 이미지다.
밀레이 후보의 공약 중 가장 두드러진 건 '중앙은행 폐쇄'다. 그는 연평균 물가 상승률이 100%대 이를 정도의 심각한 경제 상황을 비판하며 "이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1935년 문을 연 중앙은행"이라며 '중앙은행 무용론'을 펼쳐 여러 경제학자를 놀라게 한 바 있다.
그는 현재 18개 정부 부처를 최대 8개로 줄이는 방안과 함께 장기 매매 합법화도 지지한다.
'1차·개방·동시·의무'라는 뜻의 약자를 조합해 부르는 아르헨티나 파소는 오는 10월 22일 대선을 앞두고 1.5% 이상 득표한 후보만 추려내기 위한 절차다. 올해 7명이 1.5% 이상을 얻어 대선 출마 자격을 얻었다.
파소는 전체 유권자(올해 기준 3500만여명)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 선거다. 따라서 유권자 표심을 직접 확인해볼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파소 결과는 대체로 본선 결과와 일치했다. 이날 투표율은 69.62%였다.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혹은 40% 이상 득표하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면 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11월에 1, 2위 후보가 다시 결선 투표를 치른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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