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록의 전설 키노, ‘aka.블랙’ 앨범, LP(Vinyl) 공식 발매
전설적인 밴드 키노의 프로트맨 빅토르 초이(빅토르 최)가 사망한 해에 태어난 러시아의 율리야 아바세바Yuliya Abasheva는 2020년 빅토르 30주기를 맞이하여 이렇게 말했다. “빅토르 초이는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 시대의 상징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변화를 갈망하고 기다리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입니다. 그와 키노는 회색 소비에트 현실과 무수한 금지로부터 자유와 이탈을 의인화하여 소비에트 록의 역사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역사에도 흔적을 남겼습니다”
1991년 1월 12일, 소련의 모스크바 청소년 궁전에서 역사상 최초의 록 그룹 기자회견이 열렸다. 빅토르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6개월여가 지난 시점이다. 그룹 키노의 ‘블랙’ 앨범이 대중과 언론에 선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 회견을 끝으로 그룹 ‘키노’는 해체의 수순을 밟았다.
‘블랙’ 앨범은 키노의 스튜디오 정규앨범 가운데 마지막 앨범이다. 변화를 갈망하던 시대의 아이콘이자 구심점이었던 빅토르 초이의 사망은 수많은 소련인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팬들은 ‘초이의 벽’을 만들어 그를 기렸다. 그리고 그해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은 해체된다.
발매 당시 검정자켓에는 그룹명 ‘КИНО 키노’만 키릴문자로 적혀있었으며 곡의 이름조차 붙어있지 않았다. 이후, 곡은 이름을 찾게되었고 대중들은 비틀즈의‘화이트’ 앨범처럼, ‘블랙’ 앨범이라 이름 붙여주었고 이 앨범의 명칭으로 사용되었다.
발매당시 비공식음반을 포함해 300만장 이상이 팔린것으로 추산되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빅토르의 마지막 녹음이 실린 유작인 키노의 8집. ‘여름은 곧 끝날거야 Konchitsya leto’, ‘별Zvezda’, ‘뻐꾸기Kukushka’, ‘자신을 조심하라Sledi za soboy’, 개미집 Muraveynik‘등 다채로운 음악이 실린 명반이다.
이번, 로터스 레코드에서 발매하는 음반은 2021년에 키노의 베이시스트 이고리 티호미로프가 새롭게 리마스터링한 음원으로 기존의 곡과는 다른 녹음을 즐길수 있다.그리고 마장 뮤직앤픽처스의 딥 그루빙 작업을 통해 12인치 Heavy Weight Vinyl 투명반으로 제작했다.
빅토르가 고려인이며 러시아 및 동구권에서의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덕에 그의 이름을 딴 베스트 음반이 2번 정도 출시되었던 적이 있었지만 그룹 키노의 스튜디오 정규앨범을 공식적으로 발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쪽의 부클릿에는 그룹의 역사를 짧게 시간 순으로 축약해 기록했으며 라이너 노트는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가 쓴 글에 덧붙여 제공한 희귀한 사진을 담았다. 이 음반은 1998년에 10곡의 버전이 출시된바 있었으나 저작권 문제로 8곡을 담았다. 로터스 레코드는 향후 그룹 키노의 정규스튜디오 앨범을 모두 라이센스로(LP) 발매할 예정이다.
“팬들이 우리를 아이돌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우리를 평범한 사람처럼 대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노래를 궁극적인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틀릴 수 있는 한 사람의 가사로 쓰여진 곡들일 뿐입니다” 빅토르 초이는 자신을 우상화하고 진리처럼 여기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바드(러시안 포크송)의 영향을 받아 시를 쓰고 노래했다. 보일러에 불을 지피며 생계를 이어갔고 ‘혈액형’의 성공 후 비로소 음악에 전념하게 되었다. 28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며 ‘영원한 청년’으로 남은 그의 노래들은 이후 수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룹 키노는 아들인 알렉산드르 초이가 빅토르의 보컬트랙을 디지털화 하면서 2020년 재결성을 통해 새로운 음반을 발매 했다. 현재, 빅토르의 스크린 이미지와 디지털 보컬 트랙에 재결합한 멤버들의 연주가 더해지며 다채로운 퍼포먼스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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