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환자고통 외면한 부산대병원 파업

오성택 2023. 8. 15.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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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노조가 환자를 '볼모'로 잡고 벌인 파업을 종료하고 의료 현장에 복귀했으나, 뒤끝이 영 개운하지가 않다.

노조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원 충원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파업으로 의료 공백이 우려되자 병원 측은 입원 환자 대부분을 퇴원시키고, 다른 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한 환자는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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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노조가 환자를 ‘볼모’로 잡고 벌인 파업을 종료하고 의료 현장에 복귀했으나, 뒤끝이 영 개운하지가 않다. 노조는 더 나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원 충원과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정작 환자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때는 지난달 13일이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에 동참한 것이다. 이튿날 부산역 광장에서 노조원 1000여명을 동원해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비정규직원의 직접고용과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투쟁을 예고했다.
오성택 사회2부 부장
보건의료노조는 파업 하루 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부산대병원 노조는 파업을 지속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 대동단결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대병원 노조의 파업은 2012년 노조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이자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됐다.

부산대병원 노사는 500여명의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는 문제를 놓고 7년째 갈등을 빚어 왔다. 노조는 환경미화·시설·주차·보안 등 4개 부문 비정규직 501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병원 측은 재정상황 등을 고려해 노조에 자회사 형태의 고용을 제안하며 팽팽히 맞섰다.

노조 파업으로 의료 공백이 우려되자 병원 측은 입원 환자 대부분을 퇴원시키고, 다른 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한 환자는 전원(병원을 옮기는 것) 조치했다. 신규 입원 환자는 받지 않고, 외래 환자 예약 일정도 조정에 들어갔다.

파업 돌입 전날인 지난달 12일 하루에만 입원 환자 660명이 한꺼번에 퇴원하는 등 700명이 넘는 입원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돼야 했다. 암환자와 수술 날짜를 잡아놓은 중환자들은 수술 일정을 변경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불편을 겪었다. 노사는 기존 자신들의 주장만 되풀이할 뿐 환자들에 대해선 아무런 대책이나 언급이 없었다.

결국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노조 비판에 나서기까지 했다. 이들은 부산대병원 노조의 파업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며, 지역 최대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의 따가운 눈치에 뜨끔했는지 노사는 수차례 진통 끝에 간호 인력 86명 충원, 임금 총액 1.7% 인상, 불법 의료자 처벌 조항 신설, 파업 참여자 처벌 금지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부산대병원 노사는 조건부로 파업을 철회하고 의료현장 복귀에 합의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환자들에 대한 사과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부산대병원은 종합병원 중에서도 각종 암이나 이식 수술 등 난이도가 높은 의료시술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상급종합병원’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진료비가 높아 입원 환자를 비롯한 환자들의 비용 부담이 매우 크다. 노조원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파업을 벌이듯이 비싼 병원비를 내는 환자들도 그에 상응하는 진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노조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를 내팽개치고 파업에 돌입했고, 병원 측은 아무런 대책 없이 환자들을 강제 퇴원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노조에서도 병원 측에서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억울해서 환자라는 시각이라면 병원도, 노조도 존재 이유를 찾기 어렵지 않겠는가. 개탄스러운 현실이다.

오성택 사회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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