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과잉 인권 보호에 멍드는 한국 사회
경찰 “범죄자 인권 지키려 죽어나”
공교육 황폐화·공동체 안전 우려
인권 정책 개선해 균형감 찾아야
“인권은 악에 대항하는, 우리가 공유하는 유일한 보루다. 권리의 폭포수는 그것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야 하는지를 두고 항상 큰 갈등을 겪게 마련이지만 쉼 없이 계속 흘러간다.”
헌법 제10조에 인권 보호가 명시된 한국은 인권선진국이다. 이런 한국의 인권 신장 여정에 전환점이 찾아왔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분당 서현역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 “범죄자 인권 지키려 죽어난다”는 경찰관의 글은 우리 인권의 현주소를 돌아보게 한다.
‘과잉 인권 보호.’ 세 사건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학생, 중증 정신질환자, 범죄자 인권을 과도하게 보호하다 사달이 난 게 이들 사건의 본질이다. 약자 인권확대 일변도의 정책을 과속으로 추진하다 역효과가 난 것 아닌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 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제37조 2항을 소극적으로 해석한 결과로 봐야 한다.
서이초 교사의 비극을 부른 교권 추락과 학생인권 과보호는 공교육 현장의 그늘이다. 학생인권조례와 아동학대처벌법은 취지는 정의에 부합하지만 과유불급의 상황을 초래한 건 오점이다. 정당한 칭찬이 다른 학생에 대한 차별로 인식되고 수업시간에 떠든 학생을 혼내면 학부모의 아동학대 고소장이 날아와 직위해제되는 판에 교사의 학생 지도가 가능하겠나.
교권 추락의 최대 피해자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이다. 학생인권과 교권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아동학대처벌법·학생인권조례 개정과 학부모 악성 민원 차단, 정당한 지도의 민·형사상 면책이 해법이다. 국회의 보완 입법이 화급한 상황이다. “제발 현실을 알아달라”는 교사들의 절규를, 눈물을 외면하면 공교육 황폐화는 회복 불가능한 국면을 맞을 것이다.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은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범인 최원종이 2015년부터 5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자 약 42만명이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지역사회에 방치돼 있어 우려를 더한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강제입원을 까다롭게 한 정신건강복지법의 폐해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가족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고 치료 타이밍을 놓치게 한다는 것이다. 남을 해칠 우려가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판사가 결정하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인권에 부합한다”는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묻지마 테러가 잇따르자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은 “흉악범죄엔 총기를 적극 사용하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경찰관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학습효과 때문이다. 무기사용 과정에서 범인이 크게 다치거나 사망해 경찰관이 거액을 배상한 사례가 어디 한두 번인가. “이대로는 경찰에도 방법이 없다. 국민은 각자도생하라”는 한탄까지 나오는 한 ‘치안 선진국’ 평가는 공허할 뿐이다.
범죄자 인권의 과잉 보호는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고 범죄피해 가능성을 높인다. 경찰의 범인체포 과정에서 생긴 사고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면책권을 부여하고 법원도 정당한 업무 집행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해야 옳다. 과잉 인권 보호는 정의가 아니다.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교육현장을 황폐화시키는 독(毒)으로 작용할 뿐이다. 균형 있는 인권 보호만이 사회발전에 기여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때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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