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란의시읽는마음] 잠
2023. 8. 15.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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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생각한다.
아등바등하는 지금 이 세계는 가짜라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조금은 가벼워지는 마음.
덜 아등바등하며 이 삶을 응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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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석
꿈을 꾸면서 다른 쪽이 있다는 걸
알았다
다른 풍경 다른 집 다른 나
바닥에 떨어진 ‘밈’이란 낱말을 주웠는데
‘맘’이었다
주인공이 사물함을 여는 문장을 읽었는데
엑스트라가
집주인이 되는 페이지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가짜였고
진짜는 너였다
꿈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
그들은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었지
어떤 이는 꿈에서 살고
현실에선 잔다고 했다
그래도 살고 싶다고 했다
(하략)
알았다
다른 풍경 다른 집 다른 나
바닥에 떨어진 ‘밈’이란 낱말을 주웠는데
‘맘’이었다
주인공이 사물함을 여는 문장을 읽었는데
엑스트라가
집주인이 되는 페이지로 바뀌어 있었다
나는 가짜였고
진짜는 너였다
꿈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
그들은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이었지
어떤 이는 꿈에서 살고
현실에선 잔다고 했다
그래도 살고 싶다고 했다
(하략)
종종 생각한다. 아등바등하는 지금 이 세계는 가짜라고. 꿈속 세계가 진짜라고. 꿈속 ‘너’가 진짜 ‘나’라고.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조금은 가벼워지는 마음. 덜 아등바등하며 이 삶을 응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어차피 가짜니까…. 그렇다면 진짜는 어떤가. 꿈속은 제법 살 만한가. “‘밈’이란 낱말을 주웠는데 ‘맘’인 걸” 보니 거기에도 어떤 눅진한 감정이 선연하고, “엑스트라가 집주인”이 될지언정 세 들어 사는 누군가의 고단함은 여전할 것 같다. 꿈에서도 쉴 새 없이 낯선 사람들을 만나 부대끼는 것. 언제나처럼 분주하고 그런 만큼 어리둥절한 것. 외로운 것. 꿈속이라고 그다지 다를 바 없다는 게 나라는 생활인의 슬픈 결론. 진짜 ‘나’가 어느 쪽이든, 우리는 다만 살고 싶은 것이다. 현실에서든 꿈에서든 좀 잘 살고 싶은 것이다.
박소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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