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의사람연구] 그들의 구조요청에 귀를 기울이자
정신질환 범죄자 재범률 높지만
약물 복용 등 관리시스템은 ‘구멍’
치료 강제 ‘사법입원제’ 도입 시급
오랜만에 덥지도 습하지도 않아서 밤새 창을 열어두었더니 새벽부터 낮은 새소리에 눈을 뜨지 않을 수 없었다. 에어컨 때문에 창문을 닫아뒀던 새벽과는 달리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정말 커다랗게 귓가에 쟁쟁했다. 어쩌면 그들도 이렇게 큰소리를 내어 오래전부터 울부짖어 온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현재 이런 제도로는 중증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관리가 불충분하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그 이유는 특히 병식이 없으며 혼자 사는 정신질환자들의 형사사법 현장으로의 유입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도에는 전체 범죄자들 중 정신질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0.48%였으나 2021년도에는 0.62%까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들은 특히 절도와 폭력 등의 범죄와 연루되는 경우가 많은데, 문제는 재범률이다. 정신질환 범죄자의 재범률은 65%를 넘어 성범죄자의 재범률(한 해 기소된 성범죄자들 중 재범자가 차지하는 비율) 5% 내외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즉 지역사회의 정신건강 역량을 무작정 늘려 이들을 자발적으로 치료현장으로 유도하는 일은 정신질환범죄자의 비범죄화에 별다른 효력이 없다. 이는 한편으로 정신건강복지법상 행정입원제도가 무력한 것과 관련성이 높다. 경찰이 아무리 범죄자들 중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인지하더라도 응급입원 이외에 행정적인 입원치료가 연달아 이어지지 않음을 시사한다.
숫자로는 기껏 1만건이 채 안 되는 범죄이지만 안인득이나 최원종의 사례에서처럼 피해망상에 기인한 범죄의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치정이나 원한 등 그동안 살인의 전통적인 동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비면식관계에 있는 무고한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행위를 경찰청에서는 이제 ‘이상동기범죄’라고 부르며 매년 그 숫자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고 한다. 잘한 일이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그들의 괴이한 사고를 이상하다고만 취급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살인예고가 빗발치는 현재 국면에서 조선의 살해현장 영상을 시청한 정신질환자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중 왜 유독 최원종과 대전에서 학교에 침입하여 교사를 공격한 두 사람만 묻지마 살인에 동참한 것일까? 이들은 틀림없이 평생 폭력범죄를 저지르다가 나중에는 사회를 향해 흉기난동을 부리는 사이코패스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중증 정신질환자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낸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위험하지 않다. 아주 오래전 정신과 입원병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본 필자의 고유한 경험으로 보자면 이들은 오히려 순박하고 무기력했다. 그러나 피해망상으로 타인이 자신을 공격한다고 믿는 최원종과 대전의 묻지마 살인범 같은 극소수의 환자들은 조선의 포악한 동영상을 시청하고는 자신들도 누군가에 의해 피해자들처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보이는 공격행동은 대부분 반응적 공격성으로, 사이코패스들의 도구적 공격성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들은 망상 속에서 스스로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느끼기에 가해자로 추정되는 타인에게 반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병식이 없어 약물을 끊는 경우가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하다.
전체 정신질환 환자 수로 보면 극히 소수에 불과한 이들의 예측불가능한 행동은 집안이나 의료장면에서 흔히 관찰될 수 있다. 특히 주치의나 가족은 그 위험성을 미리 인지할 수 있는데 만일 합법적인 제재의 절차만 공고하다면 치료를 꼭 강제해야 하는 사람들을 식별할 수 있다. 이들도 여전히 간단한 약물복용만으로도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치료가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치료를 강제하는 제도가 바로 사법입원제도이다. 사소한 폭력행위를 하거나 인터넷 게시판에 공공에 위협적인 살인예고 글 등을 올렸을 때 이를 즉시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의 응급입원제도를 거쳐 법원에 의하여 사법입원으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훨씬 빠른 시간 안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치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가끔 환자들이 터무니없는 증거를 대며 자신이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구조 요청 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심지어는 연구실로 찾아온 사람도 있다. 구조를 끊임없이 요청하는 그들을 협박죄로 신고하는 대신 처벌이 아니라 치료가 확실히 제공되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그래서 그들은 치료를, 나는 안전을 보장받는 세상을 희망해본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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