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얼굴'을 감상한다...'셀카 시대'의 자화상은?
[앵커]
고흐, 렘브란트, 피카소 등 자화상을 남긴 대가들이 적지 않은데요.
자화상은 당시 화가의 삶과 정서의 변화를 엿볼 수 있어 흥미진진한데 이른바 '셀카 시대'를 맞아 자화상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됩니다.
최근 전시장에 선보인 자화상들을 이교준 기자가 둘러봤습니다.
[기자]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이 한창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으면 숱한 걸작의 숲 속에서 거장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전성기를 누리며 자신만만했던 34살의 자화상과 사뭇 다릅니다.
파산 등 세월의 풍파를 겪은 노장이 말년에 스스로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자화상은 작가마다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당시 창작의 고뇌를 비롯해 자신을 찾고 표현한 과정, 때로는 격변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4년여 만에 개인전을 연 노원희 작가의 전시장 한 켠에도 자화상이 걸려 있습니다.
정치 사회적 모순에 대한 예술가로서, 여성으로서 저항과 울분이 짙게 배여 있지만 30년 가까이 지나 자화상을 보는 작가의 표정엔 만감이 교차합니다.
서용선 작가가 50대 후반에 그린 자화상의 매서운 시선에서는 강렬한 분노와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서용선 / 작가 : 그 모습을 꼭 묘사하지 않고 강하게 분출하는, 표현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이런 생각에서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서 작가 자화상은 세월을 따라 변화를 거듭합니다.
사람과 사회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시각을 넓히며 얼굴이 바뀌듯 자화상이 달라지고 어느덧 시뻘건 눈의 사내는 점점 낯선 타인이 되어갑니다.
이른바 '셀카 시대'에서 젊은 작가들도 자화상을 즐겨 그리지만 친구나 가족과 함께 있는 모습 등 미묘한 변화의 기류가 감지됩니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하루하루 커피로 버티는 창작의 고뇌를 표현하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습니다.
[이우성 / 작가 : 동굴벽화의 손자국처럼 굉장한, 분명한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방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매력적인 그림이지 않나 자화상이라는 게…]
자화상은 작가가 당시 자신과 세상을 어떤 눈으로 보았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 감상의 색다른 묘미를 제공합니다.
YTN 이교준입니다.
촬영기자 : 이동형, 김종완, 이규
영상편집 : 이동형
그래픽 : 박유동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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