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정확한 몬스터... 444일만의 감격
444일 인내 끝에 맛본 승리는 달콤했다.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14일 시카고 컵스와 벌인 2023 MLB(미 프로야구)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2실점(비자책·2피안타 2볼넷 3탈삼진)으로 막았다. 블루제이스가 11대4로 이기면서 류현진이 승리 투수가 됐다. 작년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승리 이후 처음 따낸 1승이었다. 작년 6월 왼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은 뒤 긴 재활을 마치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돌아와 세 번째 경기 만에 웃었다. 경기 후 류현진은 “너무 기쁘다. 이것만 바라보고 재활했다. 재활 과정부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경기부터 모든 구종 제구가 예전처럼 잘됐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원하는 지점으로 돌아온 것 같다”며 자신감도 보였다.
류현진은 복귀 후 두 번째 등판이었던 지난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4이닝 무실점)에서 강습 타구에 무릎을 맞아 심한 통증을 겪으면서도 부상 우려를 털고 일어섰다. 존 슈나이더 블루제이스 감독은 “복귀 후 3경기에서 수술 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를 고려하면 놀랍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을 쉬워 보이게 한다”고 칭찬했다.
류현진 올해 성적은 1승 1패(3경기), 평균자책점은 2.57이 됐다. 메이저리그 통산 승수는 76승(46패 1세이브)으로 늘렸다. 만 36세 4개월인 그는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고령 선발승 기록도 세웠다. 박찬호가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 2009년 5월 13일 LA 다저스를 상대로 선발승을 거뒀을 때 나이(35세 10개월)보다 6개월이 많다. 박찬호는 2009년 5월 선발승 이후 2010년 뉴욕 양키스를 거쳐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메이저 리그 생활을 마칠 때까지 구원으로만 6승을 더 거두며 통산 124승(98패 2세이브)을 올렸다.
류현진은 2023 정규 시즌을 마칠 때까지 8번쯤 더 마운드에 설 것으로 보인다. 블루제이스와 맺었던 4년 8000만달러(약 1065억원) 계약도 올해 끝난다. 그가 남은 등판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면 내년에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다.
류현진은 이날 컵스를 맞아 불안하게 출발했다. 1회 선두 타자 크리스토퍼 모렐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뒤 2번 니코 호너에게 볼넷을 내줬다. 3번 이안 햅에겐 내야 땅볼을 이끌어냈는데, 블루제이스 1루수 브랜든 벨트가 타구 바운드를 맞추지 못하고 뒤로 흘리는 실책을 하면서 1사 1-2루가 됐다. 다음 타자는 다저스 시절 동료 4번 타자 코디 벨린저. 벨린저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5번 댄스비 스완슨에게 2루타를 맞아 2실점했다. 실책이 없었다면 주지 않았을 점수였기 때문에 자책점은 아니었다.
공 31개로 1회를 마친 류현진은 2회부터 5회까지는 안타 1개와 볼넷 1개만 내주며 실점 없이 막았다. 그는 팀이 8-2로 앞서던 6회초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상태에서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직구(40개) 최고 구속은 91마일(시속 146㎞), 평균 88.4마일(142㎞)이었다. 탈삼진 3개는 모두 주무기인 체인지업(24개)으로 잡았다. 커터(12개)와 커브(10개)도 효과적으로 구사했다.
블루제이스 타선은 5회까지 8점을 뽑으며 류현진을 지원했다. 0-2로 뒤지던 2회말 타자 일순하며 5점을 냈다. 7번 돌턴 바쇼가 컵스 선발 제이미슨 타이온(32)을 두들겨 역전 3점 홈런을 쏘는 등 혼자 5타점을 해결했다. 블루제이스는 3연패에서 벗어나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66승54패)를 유지했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61승57패)인 컵스의 데이비드 로스 감독은 류현진에 대해 “구속은 그가 원하는 만큼 올라오지 않았지만, 체인지업은 굉장하다. 일단 리드를 잡자 순항했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21일 신시내티 레즈 원정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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