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넌 우리에게 모욕감을 줬어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참 재미있게 본 영화, 달콤한 인생. 배우 김영철이 이병헌에게 한 명대사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가 생각나는 밤이다.
누가 누구에게 모욕감을 줬고, 또 받았을까.
먼저 모욕감을 받은 이는 이탈리아 축구의 대표 공격수 중 하나인 알레산드로 알토벨리다.
그를 소개하자면 대표적 업적이 1982 스페인 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 특히 서독과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을 짓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이탈리아가 3-1로 승리하며 3번째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품었다.
그리고 그는 인터 밀란의 전설이다. 1977년부터 1988년까지 11시즌 동안 인터 밀란에서 뛰었고, 세리에A 우승 1회, 코파 이탈리아 우승 2회를 이끌었다. 또 인터 밀란의 주장으로 활약한 선수.
이후 유벤투스에서 1시즌 뛰기는 했지만 알토벨리의 심장은 인터 밀란의 푸른색이다. 인터 밀란에 대한 애정에 있어서는 그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다.
모욕감을 준 이는 로멜루 루카쿠다.
그는 알토벨리를 포함해 인터 밀란 구단, 인터 밀란 선수들, 인터 밀란 팬들 등 인터 밀란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모욕감을 줬다.
어떻게? 인터 밀란 최대 라이벌 유벤투스를 사랑하는 마음이 들켜서. 루카쿠의 원 소속팀은 첼시다. 지난 시즌 인터 밀란으로 임대돼 팀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까지 이끄는 등 활약을 했다.
첼시로 돌아가는 것을 거부했다. 루카쿠는 인터 밀란이 자신이 뛰고 싶은 '유일한 팀'이라며, 인터 밀란의 완전 이적을 꾸준히 원했다. 이런 진심을 믿은 인터 밀란은 루카쿠 영입을 추진했고, 인터 밀란 팬들이 루카쿠 완전 이적을 응원했다. 다음 시즌에는 UCL에서 우승하자며.
그런데 대반전. 루카쿠가 뒤통수를 제대로 쳤다. 루카쿠가 사랑하는 팀이 변한 것이다. 그것도 인터 밀란 리그 최대 라이벌 중 하나인 유벤투스로. 루카쿠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유벤투스로 가고 싶다는 목소리를 냈다. 자신이 뛰고 싶은 유일한 팀이라며.
게다가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루카쿠는 지난 3월부터 유벤투스와 이적을 위해 접촉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마음은 유벤투스로 갔으면서, 입으로는 인터 밀란을 사랑한다고 거짓 고백을 한 셈이다.
루카쿠의 쇼에 놀아난 인터 밀란은 분노했다. 인터 밀란은 루카쿠 영입을 철회했고, 인터 밀란 팬들은 루카쿠를 '역적'으로 정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루카쿠는 개인 SNS에 "그 증오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효과가 없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들은 거짓말을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알토벨리와 인터 밀란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인 듯하다. 알토벨리는 루카쿠를 겨냥해 이렇게 말했다. 인터 밀란이 새롭게 영입해야 되는 공격수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루카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이 역시 모욕적인 말이었다.
"여러 선수들이 언급되고 있지만 인터 밀란에서 뛸 수 있는 공격수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구단에 녹아들 수 있고, 또 리그에 적응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루카쿠는 말할 가치도 없다. 루카쿠가 모든 인터 밀란 팬들은 모욕했다. 루카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터 밀란 팬들을, 인터 밀란을 넘어 이탈리아 모든 축구 팬들을 조롱했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로멜루 루카쿠, 알레산드로 알토벨리.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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