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는 영원하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류현진
444일 만에 감격의 빅리그 V
[마이데일리 = 심재희 기자] 1년 2개월여 동안 빅리그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부상의 긴 터널에 갇혔다. 수술대에 오른 게 처음도 아니다.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다. 기대보다 비판을 더 많이 받았다. 모든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참고 기다렸다. 차근차근 준비해 부상의 늪에서 스스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 빅리그 마운드로 돌아와 승전고를 울렸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444일 만에 빅리그 승리를 추가했다.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들도 감탄사를 내뱉고 있다. 너무 긴 시간 동안 팀 전력에서 이탈해 잊힌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어려운 시간을 잘 버텨내며 오랜 기간 준비했고, 약속한 대로 빅리그 마운드에 다시 올라 건재를 과시했다.
류현진답다. 구위과 구속이 예전만 못하지만 특유의 감을 잘 살리며 부활에 성공했다.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상대 타자들을 요리하는 모습을 다시 찾았다. 2일(이하 한국 시각)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경기에서 5이닝 4실점으로 흔들렸지만,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대결에서 4이닝 무피안타 호투를 펼쳤다. 타구에 맞아 쓰러졌지만 훌훌 털고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14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컵스전에서 확실히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다. 복귀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고, 두 번째 등판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으나 부상으로 교체 아웃되어 여전히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부상 복귀 후 세 번째 등판이었던 컵스전에서도 초반에는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컵스 타자들의 끈질긴 승부와 실책 등이 겹쳐 1회에 비자책으로 2실점했다.
분명히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특유의 배짱 투구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상대 타자들이 승부를 길게 가져간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래퍼토리를 바꿨다. 주무기 체인지업을 비롯해 커브와 커터를 잘 활용하면서 이닝을 먹어 치웠다. 1회 31개의 공을 던지며 조기 강판까지 예상됐으나, 5회까지 86개의 공으로 상대 타선을 잘 막으며 토론토의 11-4 대승을 이끌었다.
여전히 빅리그 클래스가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타자와 수 싸움에서 한 수 위의 모습을 발휘했고, 위기 상황에서 공 배합을 절묘하게 하면서 위력을 더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시속 91마일(약 146km)에 그치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더라인을 구석을 파고드는 포심패스트볼에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드는 변화구 제구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편안하게 던지면서도 연신 상대 타자들을 헷갈리게 만들며 최근 9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공포의 알동'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힘겹게 순위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토론토에 단비를 내렸다. 토론토는 14일 기준 66승 54패로 지구 3위에 랭크됐다. 선두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8게임 뒤졌고, 2위 탬파베이 레이스와 3게임 격차를 보이고 있다. 아래로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가 3게임, 5게임 차로 추격 중이다. 위아래로 부담스러운 다툼 속에서 류현진이 3연패를 끊어내는 승리를 선물했다.
제자리를 찾았으니 꾸준하게 전진해야 한다. 토론토의 가을잔치 진출을 위해서 지금처럼 선발 로테이션을 잘 지키며 영리한 투구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꿨으니 더 힘차게 나아가면 된다. 긴 기다림 끝에 다시 승리의 기쁨을 맛본 류현진이 토론토의 대반격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류현진(위), 14일 시카고 컵스전 류현진 투구 내용.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MLB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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