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인사이트]10승-41홈런 오타니, 사이영상-홈런왕 ‘미션 임파서블’ 도전
‘美日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미국의 저명한 야구 평론가 제프 패산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영원한 홈런왕’ 베이브 루스(1895∼1948)는 미국 팬들이 생각하는 역대 최고의 야구 선수다. 통산 714개의 홈런을 친 그는 ‘야구의 역사를 바꾼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루스는 통산 94승 46패 평균자책점 2.28을 기록한 수준급 투수이기도 했다. 1918년 그는 투수로 13승을 거뒀고, 타자로는 11홈런을 때려내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야구의 새로운 역사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만들어 가고 있다. 오타니는 14일 휴스턴전에서 홈런을 추가하며 10승, 41홈런을 기록 중이다. 10승-40홈런은 루스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기록이다.》
● 홈런왕-사이영상 동시 도전
현대 야구는 철저히 분업화되어 있다.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여겨져 왔다. 100년 전인 루스의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루스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에는 주로 투수로 나섰고,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된 뒤에는 타자에 집중했다.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며 의미 있는 성적을 낸 것은 1918년과 1919년 2년 정도다.
하지만 오타니는 그동안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2021년 그는 투수로 9승, 타자로는 46홈런을 때려내며 시즌 후 만장일치로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투수로 15승, 타자로 34홈런을 기록하며 루스 이후 104년 만에 한 시즌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홈런을 동시에 남겼다.
올 시즌 후 오타니가 2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리그 MVP를 받을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저 2년 전처럼 만장일치로 수상할 수 있을지가 관건일 따름이다.
이 밖에 오타니를 기다리는 수상은 여러 가지다. AL 홈런왕은 이변이 없는 한 그의 차지다. 31홈런을 기록 중인 리그 2위 루이스 로베르트 주니어(시카고 화이트삭스)와는 10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MLB 전체 1위 맷 올슨(애틀랜타·43개)과의 홈런 경쟁이 볼거리다. 포지션별 최고 타자에게 수여되는 실버 슬러거상과 리그 최고의 타자에게 주는 행크 에런상 역시 가시권이다.
오타니가 도전하고 있는 새로운 타이틀은 각 리그 최고 투수가 받는 사이영상이다.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7을 기록 중인 오타니의 피안타율은 0.185로 MLB 전체 1위다. 남은 시즌 활약 여부에 따라 오타니는 생애 첫 사이영상 수상도 노려볼 만하다. 오타니의 역대 사이영상 투표 최고 순위는 지난해의 4위였다.
● 사상 최초 5억 달러 시대 개봉박두
이미 보통 사람은 생각지도 못할 천문학적인 돈을 벌고 있는 오타니지만 시즌이 끝난 뒤엔 더욱 귀하신 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오타니는 MLB 역사상 최초로 총액 5억 달러(약 6658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이달 초 MLB 구단 임원들과 에이전트 등 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이 중 14명이 5억∼5억5000만 달러의 계약을 예상했다. 심지어 3명은 6억 달러(약 7988억 원)를 넘길 것으로 봤다. 이는 역대 최고액 계약인 팀 동료 마이크 트라우트의 12년 4억2650만 달러(약 5678억 원)를 가볍게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오타니의 최근 활약을 고려하면 5억 달러 계약도 그리 비싸게 보이지 않는다. 최근 선수들의 몸값 폭등 속에 수준급 선수들은 대개 연간 3000만 달러짜리 계약을 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MLB 통계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의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에서 오타니는 9.0으로 압도적인 MLB 전체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의 5.9를 훌쩍 뛰어넘는다. ‘타자’ 오타니는 5.5, ‘투수’ 오타니는 3.5다. 오타니는 같은 포지션의 평균 선수에 비해 투수로는 5.5승, 타자로는 3.5승을 더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요즘 MLB의 계약 추세가 빈익빈 부익부다. 성적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쓴다. 전통적인 강자인 양키스나 LA 다저스에 뉴욕 메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큰돈을 쏟아붓는 팀들이 늘어났다. 경쟁이 세게 붙으면 역대급의 계약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각종 광고 수입 등으로 벌어들일 돈을 감안하면 오타니는 스포츠 선수 중에서 역대 최고 부자가 될 수도 있다.
● 야구 구도자의 삶
역대급의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오타니의 생활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구도자’의 삶에 가깝다. 7월 올스타전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일상생활에 대해 가감 없이 털어놨다. ‘시즌 중에 외식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기억에 없다”고 답했다. 올해 4월 뉴욕 방문경기 중에는 “아직까지 뉴욕 시내를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오타니의 모든 것은 야구에 맞춰져 있다. 수면을 중시하는 그는 오전 9, 10시경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먹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본격적인 식사는 야구장에 나와서 한다. 방문경기 때에는 경기가 끝난 후 호텔로 음식을 시켜서 먹는다. 그는 “다음 날에도 경기가 있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 않으려 한다. 외출을 하면 아무래도 늦게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야구 중심의 삶이지만 그리 힘들거나 하진 않다. 먹을 때는 맛있다고 느끼면서 먹고, 잠이 올 때는 잠을 잔다”며 “평소 시간이 있을 때는 혼자서 휴대전화를 보거나 TV 버라이어티 쇼를 시청하곤 한다”고 답했다.
시즌 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타니와 동갑내기 친구인 일본 럭비 국가대표 히메노 가즈키는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식사 자리에서 난 하이볼을 마시는데 오타니는 무알코올 음료를 마시더라”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오직 훈련에 대한 얘기만 했다. 하루 종일 야구만 생각하는 게 너무 대단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스포츠심리학자 고마다 미쓰오는 ‘오타니 쇼헤이의 쇼타임’이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오타니는 라이벌을 의식하지도 않고 명성에도 그리 집착하지 않는다. 그의 목표와 보람은 오직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것에 있다.”
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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