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역주행에 삼성이 가장 답답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한 자릿수인 나라다. 2021년 기준 8%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국제기준에 맞게 ‘신에너지’(연료전지나 석탄가스)를 제외하면 7% 수준이다. 석탄(34.3%), 가스(29.2%), 원자력(27.4%)에 한참 뒤처져 있다.
반면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는 이미 국가 차원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을 달성했다. 덴마크나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도 재생에너지가 과반이다. 중국과 일본도 29%, 22%로 적지 않다. 주요국들은 재생에너지 확대에도 열심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커진 2022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5%포인트나 늘린(42→47%) 독일은 2030년 80%, 2035년 100%를 목표로 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애초 목표 연도를 10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2021년 전체 전력에서 태양광 비중이 3% 초반이던 미국은 2035년 4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발효된 2022년 한 해 동안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 비중이 16%나 늘었다.
2025년이면 재생에너지가 세계 최대 전력원
전세계 재생에너지는 앞으로도 빠르게 늘어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생에너지 2022 보고서’에서 2023~2027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400GW 늘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지난 5년보다 85% 증가한 수준이다. 향후 5년간 확충될 발전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90%에 이른다. 불과 1년여 뒤인 2025년이 되면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38%로 올라, 석탄을 제치고 최대 전력원이 된다. IEA가 꼽은 재생에너지 주도국은 중국, 유럽연합, 미국, 인도 등이다.
주요국들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이유에는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 위함도 있다. 재생에너지는 연료비가 들지 않으므로, 에너지 수입 비용과 국외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한국전력공사가 2022년 기록한 32조6천억원의 적자는 주로 화석연료 가격 상승 때문이었다. 2022년 전쟁으로 가스는 300%, 석탄은 500% 가까이 가격이 올랐다. 한국은 에너지·자원 소비량의 93%를 수입에 의존한다. 통상 에너지 수입 대금으로 한 해 120조~150조원을 지출하는데, 2022년엔 최소 250조원(3대 에너지인 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을 썼다.
사정이 이렇지만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별 관심이 없다. 핵발전만 늘리려 할 뿐, 재생에너지에 대해선 역주행 정책만을 내놓는다. 특히 분산형 전원인 소규모 재생에너지의 경우 효율적 국토 활용, 시민참여 등 여러 중요한 역할이 있지만 정부 지원은 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정책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소형태양광 고정가격계약제도(한국형 FIT) 폐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제도는 100㎾ 이하 소형태양광에서 생산된 전기를 20년 동안 고정가격으로 매입해주는 제도다. 제도 도입 뒤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가 급속도로 늘었다. 2018년 도입 때 5년간 한시 도입한 것인데, 더 연장하지 않고 애초 일몰 일정에 따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도 다른 나라에 견줘 지원 대상이 협소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독일은 750㎾, 일본은 2㎿, 영국은 5㎿까지 이런 방식으로 지원한다. 현재 태양광발전 사업자 12만여 개 중 43%가 소규모이고, 약 2천 개인 국내 태양광 시공업체의 90%가 소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FIT 폐지가 향후 국내 태양광 기반 산업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시공업체 한 관계자는 “태양광 신규 설치 물량이 줄 경우 인력 감축뿐 아니라 업계 생태계에 미치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문재인 정부에서 정한 30.2%에서 21.5%로 줄였다. 2023년 전력산업기반기금 예산 가운데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사업 1548억원, 신재생에너지보급지원사업 744억원을 감액하기도 했다.
RE100 때문에 안달 난 기업은 답답하다
이러다보니 재생에너지 전력이 필요한 국내 대기업들은 안달이다. RE100 기업들이 문제다. RE100은 전세계 기업들이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2050년까지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캠페인이다. 자발적 캠페인이라지만, 사실은 반강제에 가깝다. 이미 RE100을 달성한 글로벌 기업들이 협력사에 RE100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RE100엔 구글과 애플, 이케아, 베엠베(BMW) 같은 글로벌 기업 370여 곳이 참여 중이다. 한국에선 2022년 말 기준 에스케이(SK) 계열사, 현대자동차 계열사 등 27개 기업이 가입됐다. 국내 전력 사용량 1위 삼성전자도 2022년 RE100에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RE100에 가입하려면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게다가 가입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하겠다고 목표한 시기는 평균 2030년이다. 하지만 자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낮으면 기업으로선 공장을 국외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그렇다.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이미 2020년 미국과 유럽, 중국에서 RE100을 달성했다. 브라질과 멕시코에선 2021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각각 94%, 71%였다. 반면 국내에선 2021년 기준 500GWh로 2.7%에 불과하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21년 국내 재생에너지 총발전량은 43.09TWh. 같은 해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은 18.41TWh였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RE100을 하려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5분의 2를 가져와야 한다.
“한국만 반대로 가고 있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한국형 FIT 폐지는 시민참여형으로 가장 활발하게 보급되는 소형태양광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낮은 관심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며 “2022년 세계 태양광은 40%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하는데 한국만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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