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전과’ 로버트 할리, 눈물의 토론회…“가족과 주변 사람들 덕분에 극복”
4년 만에 공개 석상 나타나 눈길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종일 울어”
“극단적 선택 생각할 만큼 힘들어”
“제가 원래 눈물이 많은 남자다. 그런데 지금 잘 참고 있다.”
‘마약 근절’ 토론회에 참석한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62) 광주외국인학교 이사장이 마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준 가족과 지인을 언급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하일 이사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2019년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이후 약 4년 만이다. 하일 이사장은 “마약을 하고 싶지도 않고, 마약을 생각하거나 주사기를 보면 토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투약자에서 예방 전도사로의 완벽한 변신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하일 이사장을 비롯해 박진실 법무법인 진실 대표변호사, 조성남 법무부 국립법무병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숙연해지기도 하고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하일 이사장의 발제 전후로 재밌는 상황이 다수 펼쳐졌다. 태 의원이 토론회 축사에서 하일 이사장의 유행어인 ‘한 뚝배기 하실래예’를 흉내내며 소개하자 하일 이사장은 원조를 들려줬다. 또 하일 이사장은 발제에 필요한 발표자료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단상에서 발표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일 이사장은 “제 이야기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얘기한 적 없기 때문에 불안하다”고 말하며 운을 띄웠다. 그는 “제가 마약 범죄에 걸린 후 한동안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방에서 하루종일 울고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때 하일을 밖으로 이끌어 준 사람은 하일의 배우자였다.
하일 이사장은 “그때까지도 집에 잘 안 들어오던 아들이 아빠와 가정을 지켰고 아내는 제게 산책하러 가자고 했다”며 “저는 ‘얼굴을 어떻게 보여주냐’며 거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계속된 설득에 마음을 열었다. 대신 그는 마스크와 모자,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서울둘레길을 걸었다고 한다.
하일 이사장은 “박진실 변호사님과 조성남 병원장님께서 저를 많이 도와주셨다”며 “지금은 교육 덕분에 마약을 하고 싶지도 않고, 마약을 생각하거나 주사기를 보면 토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 같던 그는 “제가 원래 눈물이 많은 남자인데, 지금 잘 참고 있다”며 자신의 눈물을 웃음으로 승화했다.
하일 이사장은 마약 판매·유통책 근절에 초점을 둔 미국의 수사 방식을 한국에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마약 사용자보다 판매자를 체포하고 처벌하려고 한다”며 “마약 판매자와 유통자가 없어져야 사용자가 없어진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일 이사장은 “한국에서는 때때로 판매자를 이용해서 사용자를 잡으려고 한다”며 마약을 판매·유통하는 조직을 뿌리 뽑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독 치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마약은 중독성이 세 이를 끊어내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다. 하일 이사장은 “마약범이 교도소에 가면 마약했던 사람들끼리 방을 쓴다”면서 “그럼 같이 있는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걸리지 않고 마약을 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마약 치료를 받는다면 나중에 감옥에서 나와서도 마약을 하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 약물 치료 시설 운영을 위한 자금이 부족함을 언급했다.
김지호 인턴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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