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잼버리 청구서…尹 “무난” 자평 속 ‘文·野·전북’ 삼각고리 맹공

이혜영 기자 2023. 8. 1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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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잼버리 파행 ‘사과’ ‘유감’ 표명 없이 “국가 브랜드 지켰다”
대통령실·여당, 일제히 ‘전 정권 책임론’ 파상공세…野, 국조 추진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8월2일 전북 부안 새만금 부지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책임'을 둘러싼 청구서가 쌓여가고 있다. 1171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에 더해 최소 수백억원 넘는 추가 정산서를 받아든 윤석열 정부는 전임 정권과 전북도, 더불어민주당 책임론을 꺼내들며 야당 공세에 맞불을 놨다. 잼버리 안정화가 최우선이라며 비판 '일단보류'를 요청한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보조를 맞춰 야당에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尹, '무난한 마무리' 평가…文에 의미심장 메시지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개막과 동시에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잡음 속 폐막한 새만금 세계잼버리와 관련해 별다른 유감 표명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현 정부의 '막판 수습'으로 대외 이미지를 지켜냈다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 대외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잼버리를 무난하게 마무리함으로써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데 큰 역할을 해준 종교계, 기업, 대학 및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이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은 전 세계 150여개국 대원들이 참가한 잼버리 부실 운영이 외신을 통해 국제 이슈로 부상하며 '나라 망신' 비판이 높았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발언이 나온 후 대통령실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본격적인 '전 정부'를 겨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4월26일 경남 양산시 하북면 자신의 '평산책방'에서 계산 업무를 하며 손님 책에 사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문 전 대통령이 현 정부 비판론에 가세했다'는 질문에 "우리나라 대표적인 신문이 사설에서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라고 썼다"며 "그런 평가를 유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신문'으로 지칭된 문화일보는 이 대변인이 대통령실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논설위원으로 재직한 곳이기도 하다. 문화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적반하장이자 후안무치한 행태"라며 "정상인이라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최선을 다한 사람들에게 감사부터 했을 것"이라고 문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대통령실이 신문 사설 표현을 동원해 에둘러 표현했지만 사실상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 7년차'라는 전임 정부 주요 인사들과 야당 공세에 대한 반격으로도 풀이된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 글에서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며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고 현 정부의 총체적 부실 대응을 질타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등도 윤석열 정부의 총체적 난맥상을 지적하며 "절망적일 만큼 한심" "세상에 공짜는 없다" 등 맹폭을 쏟아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8월14일 강원 원주시 도로교통공단에서 열린 '해결사! 김기현이 간다' 교통정책 개선을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당, 野·전북 집중포화…민주당 국조 추진

'적반하장·후안무치'라는 대통령실의 전 정부 겨냥에 국민의힘도 전북도와 민주당을 향한 난타 수위를 한층 높이는 모양새다. 새만금을 잼버리 부지로 낙점한 것에서 이 모든 혼란이 초래된 것이라며 '원죄'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이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전북도에 있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강원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총체적 무능과 실패로 끝난 잼버리'라고 우기면서 책임 전가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책임이 더 큰 쪽은 문재인 정부와 야당이라고 날을 세웠다. 

전주혜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각종 예산 집행과 계약 체결 등의 실질적 권한을 행사하고도 이제 와 책임 없다는 전북도와 자신들은 상관없다는 문재인 정부는 일말의 양심마저 걷어차 버렸다"고 일갈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라북도는 잼버리의 성공보다 개최를 명분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열을 올렸다"며 "새만금 개발을 위해 잼버리를 악용해 파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관영 전북지사가 자체 감사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외부 감사도 수용하라"며 압박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8월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 비상대책반 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실과 여당이 일제히 전임 정부와 전북도, 야당을 때리면서 초읽기에 들어간 감사원 감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무난한 마무리'에 방점을 찍으면서 향후 진행될 감사와 감찰, 수사가 사실상 현 정부의 책임론에 선을 긋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전남 순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여당의 '전북도 책임론'과 관련해 "(전북 책임이) 당론이라고 그런다면 오늘 탈당하겠다"며 "모두가 다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집권 여당 책임은 더 크다"고 질타했다. 

사안이 정쟁화 되면서 지난 6년간 집행된 총사업비 1170억원에 더해 앞으로 추가될 청구서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잼버리 대원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면서 발생한 추가 숙박비와 이동 및 인력에 소요된 비용이 최소 2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영국이나 미국 등 야영지 조기 철수를 선언한 국가를 비롯해 각국에서 1인당 약 600만원 안팎을 부담한 비용 전액 또는 일부 환불을 요구하거나 집단소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야당은 김건희 여사 일가 연루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논란과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과 함께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세계 청소년이 보는 앞에서 '남 탓'만 하는 모습이 잼버리 사태보다 더 부끄럽다"며 "최소한 이 정부 들어 있었던 준비 부족에 대해서는 인정하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박 원내대표는 "감사원을 동원해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를 포기하기 바란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이 충분하다. 다시는 국제 행사로 국격이 추락하고, 국민이 상처받고, 또 '네 탓'으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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