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전관 업체와 2335억 수의계약

철근 누락 부실시공 책임 18개사
3년간 설계·감리 용역 77건 따내

철근이 누락된 부실시공 아파트 단지에 책임이 있는 전관 업체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3년간 2300억원이 넘는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정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철근 누락 16개 단지 설계·감리에 참여한 전관 업체 18개사가 2020년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따낸 LH 수의계약 용역은 77건에 달했다. 액수로는 2335억원 규모다.

LH 출신이 창립자이며 현 대표이사도 LH 전관인 A건축사사무소는 343억원을 수주해 가장 많은 수의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3기 신도시 공동주택 설계용역 등 11건을 수주했다. A사는 최근 철근이 누락된 1개 단지를 담당한 설계사이고, 3개 단지에선 감리를 맡았다.

B건축사사무소는 고양창릉·파주운정 등 275억원에 달하는 신도시 아파트 단지 설계용역 6건을 수주했다. 이 업체는 LH 처장·부장급을 영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C사는 지하주차장이 붕괴됐던 인천 검단 아파트를 설계했다. 이 회사는 지난 3년간 수의계약으로 설계용역 6건(269억원 규모)을 수주했다. 이 회사가 2020년 7월 체결한 검단 아파트 설계도 50억5000만원 규모 수의계약이었다. C사는 LH뿐 아니라 서울시·서울주택도시공사(SH)·조달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출신의 전관을 대대적으로 채용한 상태였다.

양주회천 아파트 단지에서 무량판 기둥 154개 전체에 철근을 빠뜨린 게 드러난 D종합건축사사무소는 설계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217억원 상당의 계약 7건이다. LH 처장 출신 등을 영입한 이 회사는 양주회천을 포함해 철근 누락 2개 단지의 설계를 맡았다.

LH는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 따라 설계 용역비가 1억원이 넘는 공공건축물은 설계 공모를 거치는데 이때 ‘수의계약’이라고 표시된다고 해명했다. 경쟁을 거쳐 수주한 만큼 불공정한 입찰은 일어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LH와 전관 업체 사이에 체결한 332건 계약 가운데 58건에서 심사·평가위원이 퇴직자에게서 전화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한준 LH 사장은 LH가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를 숨긴 것이 외부 제보를 통해 드러나자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LH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 및 인적 쇄신을 약속했다.

그는 “공공주택 설계·시공·감리에서 LH가 가진 권한을 과감하게 민간이나 다른 기관에 넘기겠다”며 특히 감리와 관련해 “감리 선정 권한을 LH에서 떼어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