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바브웨 ‘40대 기수’ 바람…무가베 망령 청산 성공할까[시스루피플]
전 세계 최악의 독재자로 불리며 반정부 인사에 대한 잔혹한 고문과 폭정, 부정부패를 일삼은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사망한 지 4년이 흘렀지만, 짐바브웨는 여전히 집권 여당 자누-PF의 43년 철권통치로 신음하고 있다. 그런 짐바브웨에서 1978년생 정치인이 ‘40대 기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야당 ‘변화를 위한 시민연합당(CCC)’의 넬슨 차미사 대표(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BBC는 13일(현지시간) “젊은 사람들이 나라를 이끌어야 할 때라고 믿는 수백만 짐바브웨인에게 차미사 대표가 희망이 되고 있다”며 오는 23일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그를 집중 조명했다.
차미사 대표의 대선 도전은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다. 상대는 5년 전과 같은 자누-PF 소속 에머슨 음낭가과 현 대통령이다. 당시 차미사 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집요한 방해와 부정선거 의혹에도 44.3% 득표율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차미사 대표는 무가베 전 대통령과 음낭가과 대통령으로 이어진 43년 자누-PF 장기 집권에 대항하는 짐바브웨 야권의 새로운 간판이다. 2006년 28세의 젊은 나이로 제1야당이던 민주변화동맹(MDC) 대변인에 발탁된 차미사 대표는 무가베 전 대통령의 정적이자 MDC 창당인 모건 창기라이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요직을 두루 거친다.
하지만 2018년 2월 든든한 뒷배였던 창기라이가 대장암으로 사망한 이후 MDC는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차미사 대표는 2019년 5월 MDC 대표직에 오르지만, 당내 계파 갈등으로 2021년 9월 자리에서 물러났고 이듬해 1월 탈당해 CCC를 창당한다. 두 달 뒤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CCC는 총 28석 가운데 19석을 휩쓰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지자들은 이를 CCC 상징인 노란색에 빗대 ‘황색 혁명’이라고 불렀다.
이렇다 보니 차미사 대표는 여당 인사들과 지지자들에겐 눈엣가시다. 그만큼 갖은 수난을 겪었다. 2007년 짐바브웨 경찰의 야당 집회 강제 해산 과정에서 두개골이 골절됐고, 지난해 국회의원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여러 차례 암살위기에 처했다. BBC에 따르면 그는 공개 행사에선 독살을 우려해 물조차도 마시지 않는다고 한다.
차미사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 ‘소년을 들여보내라(let the boy in)’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1942년생인 음낭가과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노린 전략이다. BBC는 “음낭가과 대통령은 차미사 대표가 살아온 날보다 더 오래 정치를 한 인물”이라며 “도시 거주자와 청년층을 중심으로 차미사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CCC의 운영이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CCC는 정당을 시민단체처럼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당헌·당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사무총장 등의 보직을 만들지 않는 등 차미사 대표 개인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신실한 침례교인인 차미사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리를 전파하는 데 지나치게 힘을 쏟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프리카 정치평론가인 알렉산더 루세로는 BBC에 “성경 구절과 잘못된 낙관주의가 넘치는 SNS”라며 “실질적인 집권 계획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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