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진 중국, 또 부동산발 위기…“헝다 사태보다 악재”
건설 프로젝트 헝다의 4배…이자 못 갚아 ‘디폴트’ 가능성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 내수 부진·디플레 압력 더 커질 듯
중국 경제가 수출 부진과 물가 하락 등 각종 지표가 악화된 상황에서 부동산 위기까지 겹치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최근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진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사태가 2년 전 ‘헝다 사태’보다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선전증권거래소 공시에 따르면 14일 비구이위안의 회사채 9종과 계열사 채권 2종 등 11종 채권에 대한 거래가 정지됐다. 이는 회사 측 요청에 따른 것이다. 최근 유동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비구이위안은 채권 상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채권자 회의 소집 의사를 밝히며 상하이·선전 거래소에 거래 정지를 신청했다.
비구이위안은 지난 7일 만기에 이른 액면가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 회사채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300억원)를 갚지 못한 상태다. 30일간의 유예기간에도 이자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비구이위안은 중국에서 매출 기준으로 지난해 업계 1위를 차지한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다. 이 업체가 유동성 악화로 디폴트 위기에 직면한 것은 중국 부동산 시장에 다시 한번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비구이위안 측은 최근 상황에 대해 “매출 및 차환 환경의 악화 때문에 회계장부상 가용 자금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단계적 유동성 압력이 초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10일에는 홍콩증시 공시를 통해 상반기 순손실이 450억~550억위안(약 8조2000억~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19억1000만위안(약 3479억원) 순이익을 냈었다.
비구이위안의 총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조4300억위안(약 263조원)이다. 이날부터 거래가 중지된 채권 11종의 총잔액은 157억200만위안(약 2조8700억원)이다. 이들 채권은 다음달 초부터 내년 초까지 잇따라 만기가 도래한다. 당장 유동성을 개선하지 못하면 연쇄적인 디폴트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는 2년 전 헝다(恒大·에버그란데)그룹 사태 때보다 중국 부동산 시장에 몰고 올 파장이 더 크고, 부동산 업계의 연쇄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구이위안이 중국 전역에서 진행하는 건설 프로젝트는 3000여건으로, 헝다에 비해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구이위안 사태가 가뜩이나 회복 부진의 늪에 빠진 중국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경제 회복이 부동산 위기로 새로운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성장 반등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중국은 수출입이 수개월간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생산·소비자 물가가 동시에 마이너스 상태가 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등 경제 회복이 부진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가 경제 부양을 위해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려는 신호를 보내는 중에 비구이위안발 악재가 터져나온 것이다.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 위기는 그 자체로 중국 경제에 충격을 줄 뿐 아니라 부동산에 돈이 묶인 소비자들의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 압력 등을 더 키우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토미 우 커머즈뱅크 A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은 주로 소비 회복으로, 이는 부동산 부문 구제를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며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의 실패는 이미 둔화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엄청난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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