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기업인 줄줄이 사면·복권…윤 대통령 ‘광복절 특사’, 그들만의 ‘법치 유토피아’
김태우, 확정판결 석 달 만에 ‘초고속 사면’…강만수는 ‘복권’
여당 “국민통합 기대”…민주 “법 파괴” 정의 “정쟁용 꼼수”
윤석열 대통령이 제78주년 8·15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과 이중근 전 부영그룹 회장 등을 포함한 2176명을 특별사면·감형·복권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은 대법원 유죄 확정 석 달 만에 사면됐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중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이 줄줄이 사법적 단죄를 조기에 벗어나면서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 법치’의 가치가 무색해졌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인 15일자로 단행되는 2176명에 대한 특별사면·감형·복권안을 이날 재가했다. 이와 함께 운전면허 등 행정제재 대상자 81만1978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를 시행하고, 모범수 821명을 가석방하기로 했다.
이번에도 비리 기업인들이 “최우선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00억원대 배임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된 박 명예회장은 형선고 실효 및 복권됐다. 2019년 10월 배임수재 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형선고 실효 및 복권됐다.
수백억원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6개월형이 확정됐던 이 전 회장은 복권됐다. 그는 앞서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광복절 특사로 가석방된 바 있다. 14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황제 보석’ 재벌특혜 논란을 일으킨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운전기사에 대한 ‘상습 갑질’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이장한 종근당 회장 등도 각각 복권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특사 때도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당시 부회장)을 복권해 경영 복귀의 길을 뚫어줬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경제 살리기’를 이유로 재벌들이 잇따라 법원 처분을 중간에 벗어나면서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정치참여 선언 때부터 “상식을 무기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또 김 전 구청장과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치인 7명을 사면 복권했다. 김 전 구청장은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지만 이번에 형선고 실효 및 복권 조치됐다. 확정 판결 3개월 만에 ‘초고속 사면’되면서 법치 훼손 지적이 나온다. 각종 외압을 넣은 혐의 등으로 2018년 징역 5년2개월을 확정받은 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이번에 복권됐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통합과 경제회복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전 구청장 ‘초고속 사면’을 들어 “부끄러움을 모르는 대통령의 법 파괴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재랑 정의당 대변인은 “‘재벌 민원 처리 사면’이자 ‘정쟁용 꼼수 사면’”이라고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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