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대통령님 전화 격려 필요” 친정부 언론인 선정해 직접 보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이던 2009년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인을 선별해 ‘대통령의 전화 격려’가 필요하다고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이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VIP(대통령) 전화 격려 대상 언론인’ 문건 4건을 보면, 2009년 7~8월 이동관 대변인실은 중앙일보 등 4개 매체 언론인 및 사장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전화 격려가 필요한 대상자로 분류했다.
‘대통령 서면 보고서’라고 적힌 문건 표지에는 청와대 마크가 찍혀 있고 ‘보고자 : 이동관 대변인’으로 명시돼 있다. 이 문건은 2018년 이 전 대통령을 수사하던 검찰이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청와대 문건 중 일부이다.
2009년 8월17일 이동관 대변인실은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박보균 당시 중앙일보 편집인을 대통령 전화 격려 대상 언론인으로 분류했다. 대변인실은 이렇게 분류한 이유로 “편집국장 시절,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었으나 대기자를 거치며 VIP의 국정 운영에 동조·지지로 성향 변화, 최근 편집인 취임”이라고 했다. 또 “중앙일보의 균형잡힌 보도 논조를 이끌고 있는 박 편집인은 특히, 중앙선데이 ‘세상탐사’ 칼럼을 통해 VIP 국정운영과 정부 정책에 대해 지지와 고언을 해왔음”이라고 했다.
이동관 대변인실은 참고사항으로 “중앙일보 경영진은 ‘베를리너판’ 정착과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리드할 인물로 박보균 대기자를 편집인으로 승진 보임”했다며 “박 편집인은 취임 이후 방송 진출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천명”했다고 적었다. 박 장관이 이렇게 분류된 시점은 2009년 7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종편 출범 근거가 된 미디어법을 본회의에서 날치기로 통과시킨 뒤였다. ‘중앙일보도 정부 정책에 맞춰 종편 방송에 진출하려고 하니 격려 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동관 대변인실은 2009년 8월 박 장관뿐 아니라 A신문 사장 B씨와 C신문 논설주간 D씨도 전화 격려 대상 언론인으로 꼽았다. 이 후보자는 B씨에 대해 “보수·우파의 목소리를 충실히 대변한다는 평”이라며 “VIP에 대해 우호적인 스탠스, VIP 동정·정부 시책에 대한 기사를 부각시키거나 기획 기사 및 사설 보도 협조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했다고 썼다.
이 후보자는 “청 대변인실에서 기획, 보도 협조 요청해서 보도된 대표적 기사·사설”이라며 <용산 철거민들 “망루농성 사전 연습했다”> <민노총 ‘성폭력 사건’ 피해여성 “조직적 은폐 수사해야”> <시국선언 공무원노조 “간부들 노조 돈으로 산 아파트에 살아”> <청 “북 사설조문단 방문” 선 긋기…‘남남 갈등’ 차단> 등을 참고자료로 첨부했다. 이동관 대변인실이 보수언론에 용산 참사 희생자, 민주노총, 공무원노조 비판 기사를 발주했다는 것이다.
이동관 대변인실은 C신문 논설주간 D씨를 “기명 칼럼 및 사설을 통해 균형 잡힌 시각으로 VIP의 국정운영, 정부 정책에 대해 조언과 고언”했다며 추천했다. 그 해 7월17일에는 E신문 사장 F씨에 대해 “10년간 경영·편집 전반에 뿌리내린 구 좌파 정권의 잔재 청산 주력” “좌파 세력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논조 시정을 위해 노력”이라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다른 ‘대변인실 생산 문건’들에도 이동관 대변인실이 ‘정부 옹호 언론’과 ‘비판 언론’으로 갈라 보고한 정황이 속속 드러난다. 2009년 7월23일 대변인실이 작성한 문건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 관련’을 보면, 대변인실은 “(라디오에) 미디어법 등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인사(가) 출연”했다며 “KBS 측에 출연자 선정, 방송 내용 등에 대해 문제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우파 매체 미디어워치가 ‘MBC <100분 토론>이 시청자 의견 조작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징계를 받는 과정에서 진실을 은폐하고 조작했다고 특종 보도할 예정’이라며 그 해 8월24일 대통령에게 직접 서면 보고했다.
이 후보자는 ‘좌파 매체’라는 이유로 광고비 삭감 등을 지시한 의혹도 받고 있다. 2017~2018년 검찰의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수사에서 이동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 직원에게 경향신문 광고 수주 동향을 캐오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후보자 측은 “관련된 문건 작성을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이 후보자가 언론에 대해 채찍뿐만 아니라 당근을 주면서 길들이려 했던 정황이 드러난 문건”이라며 “언론 개입에 대해 이 후보자가 사죄하고 지금이라도 후보직을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7050800011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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