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공영방송 이사진 물갈이…‘언론 장악’ 속도
정미정 EBS 이사 해임안 의결
“위법” 반발…청문절차도 논란
방송통신위원회가 남영진 한국방송공사(KBS) 이사장 해임 제청, 정미정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 해임 안건을 14일 심의·의결했다. 지난달 25일 남 이사장, 정 이사에 대한 해임 절차를 시작한 지 20일 만이다.
방통위는 남 이사장이 KBS의 방만 경영을 방치했다고 봤다. 남 이사장이 윤석년 전 KBS 이사의 해임안을 부결시켰다는 점, 법인카드 부정 사용 의혹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도 해임 사유로 들었다. 정 이사는 2020년 TV조선 재승인 의혹 사건에 연루돼 기소됐다는 게 이유다.
남 이사장은 입장문을 내 “방통위의 KBS 이사장 해임 건의안(제청) 의결은 법적 절차와 근거를 완전히 무시한 원천 무효”라며 “해임 건의의 절차적, 실체적 불법성에도 불구하고 해임 처분이 있으면 즉각 소송을 제기함은 물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적극적이고 신속하게 불법을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법한 해임 건의안을 강행 처리한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방통위 상임위원 등을 대상으로 직권남용 등 혐의로 형사고발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 이사장과 KBS 다수 이사는 방통위의 KBS 이사장 해임 추진은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해왔다. 앞서 KBS 이사 5인은 지난 3일 낸 입장문에서 KBS 직원 수는 계속 감소해왔고, 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률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또 KBS 이사회는 동료 이사를 해임할 법적, 제도적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해임 제청 의결 절차도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남 이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 처분 사전 통지서를 유치송달했다며 청문 절차가 개시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 이사장은 KBS 이사장직이 상임이 아닌 점, 통지서 전달 당시 휴가였던 점 등을 들어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간담회도 없이 날짜 당겨 ‘기습 회의’…해임안 강행
김현 위원 “방송 장악 의도”
김효재 직무대행 사과 요구
KBS 이사회는 비상임 이사장을 수신자로 이사회가 개최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편물을 전달하는 것은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며 지난 3일 사무처에 공문을 보내 통지서를 전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남 이사장은 이에 지난 9일 청문 절차에 불출석했다.
방통위는 관례로 금요일에 사무처가 안건을 보고하고, 내주 월요일에 위원 간 비공개 간담회를 거친 뒤 수요일 전체회의를 통해 안건을 심의·의결해왔다. 이날은 월요일인데도 위원 간 간담회 없이,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회의 시작에 앞서 야당 측 추천위원인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은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의 사과를 요구했다.
김 위원은 “남 이사장은 지난 5월31일 KBS 이사회 시간을 오후 2시에서 오전 10시로 변경하며 이사들의 요구에 따라 사과한 바 있다”며 “김 직무대행도 상임위원에 이날 전체회의 일정을 기습 통지했으니 사과하라”고 말했다.
회의 절차를 놓고도 언쟁이 벌어졌다. 김 직무대행은 “회의가 갑자기 잡힌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간담회를 거쳐 회의하는 것은 관행일 뿐이고, 일이 급하면 여러 가지 형태로 회의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은 “김 직무대행 임기가 끝나기 전에 방송 장악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이 “그동안 방통위가 3 대 2의 구도로 방송 장악을 해왔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김 위원은 “전 정권 찾지 말라”고 맞섰다.
앞서 남 이사장은 지난 10일 김 직무대행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으나 방통위는 이날 남 이사장의 기피 신청을 기각하고 회의를 진행했다.
김 위원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내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8년 방통위 출범 이후 기피 신청은 처음 있는 일로 김 직무대행이 규정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통한 방송 장악 시도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처음으로 접수된 기피 신청에 대해 외부 전문기관에 법률 자문을 받을 것을 요구했지만 김 직무대행이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직무대행이 이석하지 않고 사회권을 행사했고 기각을 결정한 점 등은 직접 법률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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