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산비탈에 '흙더미' 쌓은 사업자…산사태 공포에 떠는 마을
지난달 폭우가 내렸던 경북 청도의 한 마을에 갑자기 흙과 바위가 쏟아졌습니다. 한 업자가 산 중턱을 개발하겠다며 흙과 돌, 철근까지 갖다놨는데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그대로 무너진 겁니다. 지자체는 이걸 알고서도 원상 복구하라고 명령만 할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청도의 한 마을 산 중턱입니다.
축구장 1개 크기의 평지가 있습니다.
그 앞엔 경사가 급한 산비탈이 있습니다.
원래 있던 나무는 모두 베어졌습니다.
크고 작은 돌들이 어지럽게 놓였습니다.
철근도 보입니다.
[허만호/주민 : 공사장에서 나오는 건축폐기물. 급경사지인데 아무런 안전장치를 취하지 않고.]
지난해 7월 한 업자가 이곳을 개발하겠다며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사업 허가를 받지 않았습니다.
불법으로 땅을 고르는 작업을 하다 한달 뒤 지자체에 적발됐습니다.
주민들이 불안하다고 여러 번 신고했기 때문입니다.
공사가 멈춘 뒤 그대로 방치됐습니다.
그러다 결국 산사태가 났습니다.
주민이 30년 동안 가꾼 자두밭입니다.
산에서 흙이 한꺼번에 떠내려와 지금은 자두밭이 아니라 돌밭이 돼버렸습니다.
이렇게 큰 바위는 옮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전수택/자두밭 주인 : 자식 돌보듯이 키웠던 나무죠. 바윗돌 큰 거 두 개를 내가 힘이 안 닿아서.]
오래된 나무도 잘려나갔습니다.
사업주가 흙이 무너지지 않게 비닐을 씌웠습니다.
그런데 태풍이 몰아치자 이렇게 전부 뜯겼습니다.
결국 흙이 쏟아지면서 100년 된 소나무도 덮쳤습니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전종수/주민 : 마을을 덮칠 것 같지. 그리고 (흙이) 무너져 내려가면 저수지가…]
저수지는 곧 마을과 이어집니다.
산에서 쏟아진 흙이 저수지를 덮치면 마을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곽희열/이장 : 나무와 자갈, 모래가 저 수문에 걸리면 물이 통과할 수 없으니까. 마을 주민들이 사는 둑으로 물이 넘어갑니다.]
지자체는 사업자에게 원상복구 명령을 여러 번 했습니다.
하지만 나무 몇 그루 심은 게 다였습니다.
[경북 청도군청 관계자 : 다시 산처럼 만들 순 없잖아요. 흙이 흘러내리지 않고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럼 지금 복구가 완료됐다는 건 뭐가 됐다는 거예요?} 나무 심고.]
수소문 끝에 사업자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사업주 : 숲이 있을 때는 안 위험해 보였는데 다 벗겨놓고 보니까 위험한 게 보여요. 현장을 제대로 안전하게 했으면 이런 문제가 안 생겼을 텐데.]
취재가 시작되자 현장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겠다고 했습니다.
[사업주 : {어떻게 하실 거예요?} 말끔히 정리해야죠. {이제 하실 거예요?} 밑에서 봐도 걱정은 돼요. 제가 그 밑에 산다고 해도 똑같아요.]
지자체는 불법으로 흙을 쌓은 게 문제라고 했지만 제대로 나서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사람이 사는 마을도 위험할지 모릅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입니다.
(작가 : 강은혜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김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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