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롤스로이스 운전자 하루 2회 수면마취"
약물 복용하고 롤스로이스를 몰다가 지나가는 사람을 쳐 뇌사 상태에 빠뜨린 20대 남성은 '정상적인 치료'로 약물을 맞은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해 보니 경찰은 이 남성이 사고를 낸 당일, 수면마취제 등을 한 번 맞고 깨어나자 바로 또 한 번 더 맞은 것으로 조사했습니다. 피부 시술로 2번 연속 수면마취제 등을 맞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먼저 송승환 기자입니다.
[송승환 기자]
롤스로이스 운전자 신모씨는 약물을 과다하게 맞았다는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신모 씨 : {약물 과다 투약한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하지만 경찰은 신씨가 사고 당일 두 번이나 수면마취제 등을 맞은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압구정역 근처 의원에서 피부 시술을 받았습니다.
얼굴이 따갑다면서 수면마취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병원은 수면유도제와 신경안정제 주사를 함께 놨습니다.
낮 12시쯤 깨어난 신씨는 다른 시술을 더 받겠다고 했습니다.
병원은 오전과 같은 약물 두 가지에 피로회복제를 넣어줬습니다.
[경찰 관계자 : {수면 마취를 두 번 연속이나 한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대한피부과의사회 관계자 : 계속 통증을 억제하거나 이런 시술 할 때 안 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2시간, 7시간 재우는 그렇게 긴 시술을 하는 경우도 많지 않고.]
이에 대해 해당 병원 측은 신씨가 전날 술을 많이 마시거나 수면 마취를 했다면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개인마다 회복하는 속도가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치료 목적이 아닌 약물 투여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병원 측은 이렇게 해명했지만, 저희 취재진은 이 병원에서 밤늦게 비틀거리며 나와 운전대를 잡는 또 다른 환자를 직접 포착했습니다. 저희가 대화를 나눠보니 말도 어눌하고 눈도 반쯤 감겨 있었는데, 며칠 간격으로 병원을 찾는 모습도 저희가 확인했습니다.
이 병원에서 불법 투약이 있었는지 경찰도 수사에 들어갔는데, 계속해서 정인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정인아 기자]
한 여성이 병원에 들어갑니다.
병원 문은 닫았지만 불은 켜져 있습니다.
밤 10시가 넘어 나왔습니다.
뭘 했는지 물어봤습니다.
[여성 : {어떤 치료 받으셨어요?} 치료요? 치료 안 받았는데요. {그럼 어떤 일로 병원 가신 거예요?} 그냥 원장님하고 친해서 수다 좀 떨고 나왔어요.]
눈이 반쯤 감겨 있습니다.
발음도 어눌합니다.
[여성 : 뭐, 그냥 뭐 간단한 피부 시술 예전에는 받긴 했는데. 그냥 피부과 관리 차원.]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타고 곧바로 출발합니다.
이 여성은 이틀 전인 7일에도 밤 10시가 넘어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느릿느릿 걷고 무단횡단도 합니다.
이날도 역시 이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롤스로이스를 운전하다 사고를 낸 신모씨도 이 병원에서 나와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이 병원에서 비틀대며 나오는 사람을 자주 봤다고 했습니다.
[주변 상인 : (병원에서) 내려와서 넘어지거나 그런 걸 여러 번 봤다고.]
경찰은 이 병원을 수사선상에 올렸습니다.
미다졸람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치료 이외의 목적으로 처방했는지 들여다보겠다는겁니다.
치료 목적이라도 과다하게 투여했는지도 보기로 했습니다.
경찰은 신씨가 다녔던 근처 다른 병원들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병원 측은 이 여성에 대해 "시술 후 고주파 치료를 받는 분일 것"이라면서 "지인은 밤늦게 시술받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디자인 : 송민지·김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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