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잇슈] 세로와 다른 운명, 탈출 암사자 결국…매뉴얼 어떻길래?

이채연 2023. 8. 14.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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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국민을 화들짝 놀라게 한 문자 한 통과 뉴스.

'경북 고령군의 한 사설 목장에서 암사자가 탈출했다, 사자를 발견하면 119로 신고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길이 1.2m, 키 0.6m의 암사자가 산 정상에 있던 목장에서 탈출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직후 '포획 작전'이 시작됐고, 암사자는 결국 탈출 한 시간 만에 농장에서 20~30m 떨어진 숲속에서 엽총 4발을 맞고 사살됐습니다.

'맹수 탈출'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도 잠시, 이 암사자가 스무 살 정도 된, 늙고 힘없는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꼭 사살했어야만 했느냐'는 지적이 잇따랐는데요.

<인근 캠핑장 운영자> "안타깝죠. 사람들이 관리를 잘못해서 사자가 탈출한 것이지.. 사자가 자기가 뭐 자물쇠를 열고 나온 것도 아닌데.."

당시 소방당국이 마취총을 들고 현장에 갔지만, 불과 70여m 떨어진 산 아래에 민가와 캠핑장이 있어 인명 피해가 우려됐던 상황이라 엽사에 의해 사살된 것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입니다.

동물 마취제는 효력이 나타나 서서히 쓰러지기까지 10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그 와중에 숨거나 민가로 향하게 되면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내려진 판단이었다는 거죠.

<강성구/고령소방서 현장대응단 지휘팀장> "민가도 있고 야영객도 있을 수 있으니까, 사자가 도망도 갈 염려가 있으니까 사살하는 쪽이 좋겠다 협의돼서..."

지난 3월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을 탈출해 서울 도심을 발칵 뒤집었던 두 살배기 얼룩말 '세로', 기억하시죠.

세로의 경우에는 마취총 7발을 맞고 탈출 3시간 반 만에 다행히 다시 공원으로 돌아갔는데요.

세로와 달리 과거부터 '맹수 탈출 소동' 때는 이번 암사자의 경우처럼 대부분 사살됐던 것도 사실입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말, 울산의 한 무허가 곰 사육장에서 반달가슴곰 세 마리가 탈출했을 때도, 세 마리 모두 사살됐는데요.

당시에는 이들을 사육하던 농장 부부가 곰의 공격을 받아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2018년엔 대전에서 퓨마 '뽀롱이'가 열린 동물원 문을 따라 나간 일이 있었는데, 마취총을 맞은 뒤에도 그대로 도망가다 결국 사살됐습니다.

뽀롱이의 경우, 사육사가 사육장 청소를 끝낸 뒤 문을 제대로 잠그지 않아 빠져나온 것으로 드러나, 당시에도 동물원 측의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죄 없는 퓨마를 굳이 사살했어야 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실제 이번 암사자 탈출 소동의 경우에도 환경부 조사 결과 농장 관리인 실수로 드러났는데요.

<정명환/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장> "관리하시는 분이 어제(13일) 저녁 한 7시쯤 우리 청소를 하고 나오시면서, 문 잠금장치가 잠겨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나왔고, 행정적 처벌이나 제재에 관한 사항은 법리 검토해서..."

실제 환경부의 '동물 탈출 시 표준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탈출 동물이 안전하게 원래의 우리로 돌아가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해결책이지만, 위험 정도와 주변 상황에 따라 마취 또는 사살을 결정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사자, 호랑이, 퓨마처럼 인명 살상이 가능한 위험 수준이 제일 높은 동물유형, 즉 '위험 수준'에 속하는 종은 '현장 판단'에 따라 사살도 고려할 수 있는 겁니다.

한편, 이번 '암사자 탈출 사건'에서 과연 암사자의 사육 자체가 '합법적'인 것이었느냐에도 관심이 쏠렸는데요.

2017년도 관련 법이 제정되고, 2018년 시행된 이후 동물원 허가 없이 개인이 멸종위기종 동물을 신규 수입해 사육하는 건 불가능해졌지만, 이번 경북 고령군 목장처럼 2018년 이전에 양도 양수 절차를 거쳐 사육 허가를 받은 경우 소급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경북 고령 목장의 경우에도 1년에 한 번씩 사육시설 등 안전 관리 점검을 받으면 사실상 사유 재산으로 '합법적'으로 운영이 가능했던 거죠.

현장 판단에 따라 '사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해도, 애초부터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 동물을 우리에 가둔 것도, 실수로 놓친 것도 사람인데, 사전에 막을 수 없었는지, 결국 죄 없는 동물만 죽어야 하냐는 비판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암사자_탈출 #탈출소동 #얼룩말_세로 #고령재난문자 #뽀롱이사건 #마취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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