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사 “여가부 노력 아쉬워” 여가부 “책임의식 부족 동의 못해”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파행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앞두고 행사 준비를 총괄해 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잼버리 사태를 둘러싼 전 정부와 현 정부 책임론을 주장하는 여야 간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집행위원회가 출범한 2020년 7월부터 여성가족부는 장관이 조직위원장을, 전북도는 도지사가 집행위원장을 각각 맡아왔다. 14일 김관영 전북도지사는“문제가 된 음식과 의료, 화장실(위생), 해충(방제) 등은 조직위의 업무”라며 “여가부가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라며 여가부에 책임을 돌렸다. 반면에 여가부는 “책임 의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도 각각 ‘전 정권 책임론’과 ‘현 정권 책임론’을 주장하며 치받았다.
● 여가부 ‘유체 이탈’ 브리핑
여가부는 조직위원회 소관 예산 870억 원 가운데 상당액이 운영비고 시설비는 일부였다는 지적에 대해선 “예산 편성과 사용에 대해선 감사원 감사에서 짚어질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태풍 ‘카눈’ 북상에 따라 대원들이 조기 철수하면서 추가 소요된 예산을 묻는 질문에도 “추후 답하겠다”고 밝혔다.
● 전북도지사 “파행 알려진 건 SNS 발달 때문”
하지만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여가부를 지목해 질타를 쏟아냈다. 김 지사는 “이번에 문제가 된 음식과 의료, 화장실 (위생), 해충 (방제) 등은 명확하게 조직위원회의 업무”라며 “(조직위원회의) 사무총장과 기획부장 등을 여가부 직원들이 맡았기 때문에 여가부 장관이 관심을 기울였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지사는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이고도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예산도 여가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여가부 출신인 사무총장 지휘 아래 집행됐다”며 “권한이 아닌 부분에 대해 (전북도가) 책임지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잼버리를 지렛대 삼아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따냈다는 비판에 대해선 “허위사실”이라며 “새만금 SOC는 잼버리 유치 이전인 2014년 9월 새만금 기본계획에 이미 반영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존 매립지 대신 공유수면(갯벌)을 잼버리 부지로 선정하고 매립공사에 농업관리기금 1846억 원을 끌어들였다는 지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지사는 대회 초반부터 부실 운영 문제가 불거진 원인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대원들이) 부모에게 보낸 사진이 금방 이슈화됐다”고, 화장실 위생 문제에 대해선 “영국 (잼버리) 대표단이 철수를 정당화하려고 부각했을 수 있다”고 안이하게 평가한 것도 논란이 됐다.
● 대통령실 “현 정부 책임론에 ‘적반하장’”
정치권은 잼버리 파행을 둘러싼 ‘남 탓’ 공방을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소한 이 정부 들어 있었던 준비 부족에 대해 인정하기 바란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잼버리 부실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백서를 기록하고 교훈을 남기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매립도 되지 않은 새만금에 잼버리를 유치하자고 주장했던 민주당, 잼버리 준비 기간 6년 중 무려 5년을 날려 버린 문재인 정부, 일선에서 예산을 집행하며 조직위 실무를 맡았던 전북도 등 민주당의 책임이 훨씬 더 엄중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문 전 대통령이 잼버리 관련 글을 올려 현 정부를 비판했다’는 질문에 “한 신문이 오늘 사설에서 ‘적반하장이고 후안무치’라고 썼다”며 “그런 평가를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페이스북에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며 현 정부 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전주=박영민기자 minpress@donga.com
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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