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우리 밖 나와 겨우 20m…암사자 '사순이'의 짧았던 세상 구경
사설 목장에서 키우던 암사자 한 마리가 우리가 열린 틈을 타 탈출해 마을에 비상이 걸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멀리 가지 못하고 우리 근처 풀숲에서 발견돼 결국 사살됐는데, 멸종위기종인 이 사자는 '사순이'로 불리며 15년간 좁은 우리에서 살았던 걸로 파악됐습니다.
윤두열 기자입니다.
[기자]
컨테이너 안엔 동물 사체가 쌓여 있습니다.
맨 위에 늘어진 건 암사자입니다.
잠자듯 눈 감았고 큰 발은 바닥에 놓았습니다.
오늘 오전 경북 고령 한 목장에서 밖으로 나왔다가 사살된 암사자입니다.
오전 7시 20분 신고가 들어왔고, 한 시간 만에 총에 맞았습니다.
우리에서 탈출한 사자는 멀리 도망가지 못했습니다.
고작 20m 떨어진 이 아래 풀숲에서 발견됐습니다.
이름은 사순이, 20살 정도로 추정됩니다.
국제멸종위기종 2급입니다.
2008년 이 목장에 왔고 환경청 점검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어디서 태어났고 어떤 경로로 여기까지 왔는지 아직 기록을 찾지 못했습니다.
[목장주 : 얼마나 애교를 부리는데요. 위험한 짐승만 아니면 누구든 키우고 싶어 할 정도로 애교도 많고…]
이 큰 동물은 54제곱미터 우리 안에서 15년을 살았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나무 하나 던져 놓은 게 오락 거리 전부였습니다.
지난해 목장을 인수한 주인은 동물원에 보내주려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습니다.
[목장주 : 서열 싸움이 있기 때문에 두 마리 중 한 마리를 죽는다, 그런데 굳이 왜 가지고 와야 하냐고…]
난데없는 탈출 소식에 주민들은 놀랐습니다.
[강금수/인근 주민 : 대문 닫으라고 하고 잠그라고 있으라고 하고 동네 비상이 걸렸어요.]
[김성권/캠핑객 : 아이들 다 준비시키고 물 챙겨서 차 타고 바로 나가는 준비를…]
민가와 캠핑장이 가까워 사살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김동환/고령엽우회 회장 : 하나, 둘해서 땅. 10㎝도 못 움직이고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죠.]
어쩌면 사자는 마지막까지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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