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험한 ‘정보 안일주의’ 민낯 드러낸 새만금 잼버리
현대 생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진 오덤은 ‘에머지 이론’을 통해 “정보는 최고의 에너지를 가지는 생태요소”라고 했다. ‘에머지(Energy+Memory)’는 예컨대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처럼 인간이 향유하는 모든 자원들에 대한 평가를 에너지 투입량(자원이 갖고 있는 에너지 기억량)의 정도에 따라 값어치를 인정하자는 것으로 이해하면 크게 무리가 없다. 에머지 이론에 따르면 제대로 된 정보는 에너지 단계에서 항상 최상위에 위치한다.
정보시대로 대변되는 현대 사회를 생태적으로 해석한다면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은 최고 단계의 생태적 행위이다. 높은 단계의 정보일수록 사회적 우점을 하는 것이고, 우점을 하는 사람들은 정보에 의존할수록 ‘정보 안일주의’에 빠지기 쉽다. 정보를 가졌으면 다 가진 것과 같은 느낌에 도취되기 때문이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정보 안일에 빠진 대표적 사례였다. 이런 가설은 어떤가? 첫째, 새만금은 방조제 간척사업을 넘어 인류의 위대한 개척정신을 보여주는 잼버리 정신에 부합한 해석을 낳기에 충분하다는 정보가 세계의 설득력을 얻어 대회 개최지로 선정된다. 둘째, 난관 극복과 도전을 대원들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속성으로 이해하는 ‘1단계 정보 안일’에 돌입한다. 셋째, 극복 불가능한 폭염과 해충, 화장실 위생환경을 도외시한 ‘2단계 정보 안일’에 다시 돌입한다. 넷째, 한국의 행사를 전라북도의 행사로 이해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이해해 충분한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정보 안일의 담장치기로 행사는 만신창이가 된다. 거꾸로 보면 앞의 3단계가 모두 안일에 빠졌다고 해도 마지막 단계인 정보 안일의 담장치기만 없었어도 이런 국제적 망신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여성가족부와 전라북도 모두 이런 4단계의 정보 안일에 빠졌고, 지금은 서로를 남 탓으로 돌리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4만명이 넘는 청소년들에게 10일 이상 머무는 장소로 눈썰미 없는 준비를 하고, ‘폭염 생지옥’을 만들 수 있을까? 모든 국민들 생각이 그럴 테지만 4만명이 넘는 청소년과 새만금의 공간들은 정보로만 존재했고, 그런 정보는 안일로 빠져든 것이었다.
정보 보유는 안일에 빠지게 하는 반작용을 갖고 있다. 30분이 멀다 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폭염 경보만 전달하고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그것도 중대한 과오로서 정보 안일의 반작용이다.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연락 방법을 요청하는 민원인에게 지자체 담당자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연락 방법 자체를 부정하고 나서는 것도 지독한 정보 안일주의의 반작용이다. 공리와 공동선을 위한 일들의 배경과 지식으로 활용되어야 할 정보가 그저 향유하는 이들의 안위 수단으로서 존재해서는 안 된다.
폭염경보만 하더라도 담당자는 알려줬으니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안일에 빠진다면 독거노인들과 사회취약 계층의 여름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정보의 공유는 실천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보 자체로 머무는 안일주의는 더 이상 안 된다.
김태경 경인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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