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좋은데 떨어뜨릴 필요가…” KIA 19세 스마일가이가 단짝 찾았다, 공부하는 ‘43세 배터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비슷한 나이대끼리 맞추면 대화도 좀 더 편하게 하고 그렇잖아요.”
일반적으로 저연차 투수에겐 고참 포수들을 배터리로 많이 붙이는 편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KBO리그에 포수 세대교체가 더디다. 포수는 아무래도 경험이 중요한 포지션이다. 젊은 투수의 부족한 경험을 포수의 노련미로 메우기 위한 복안이다.
그런데 KIA 김종국 감독은 최근 ‘스마일가이’ 윤영철(19)이 등판할 때 주전포수 김태군이 아닌 백업 유망주 포수 한준수(24)를 자주 기용한다. 한준수가 올 시즌 선발 출전한 세 경기(7월5일 인천 SSG전, 4일 광주 한화전, 12일 부산 롯데전) 모두 윤영철이 선발투수였다. 윤영철은 최근 두 차례 연속 한준수와 호흡을 맞췄다.
김종국 감독이 의도적으로 두 사람을 붙이는 건 아니다. 한준수가 윤영철의 전담포수도 더더욱 아니다. 어쩌다 보니 김태군이 휴식해야 할 타이밍에 한준수를 넣었는데, 그게 윤영철 경기였고, 결과가 두 번이나 좋았다. 그래서 12일 경기에는 약간의 의도와 바람이 들어간 기용을 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13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웃더니 “둘이 좋은데 떨어뜨릴 필요가 있나”라고 했다. 실제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세 경기 결과가 대체로 좋았다. 7월5일의 경우, 윤영철은 6이닝 4피안타 4탈삼진 2볼넷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당시 윤영철이 6월부터 다소 페이스가 떨어졌고, 타자친화적인 인천SSG랜더스 필드라는 점에서 우려가 된 등판이었으나 반전 드라마를 찍었다. 심지어 한준수는 그날 생애 첫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4일 경기의 경우 한준수는 5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타격 성적은 평범했다. 오히려 한화 우익수 이진영의 ‘트릭’ 영향으로 '아찔한 홈 쇄도'를 한 게 주목받은 경기였다. 그러나 한준수는 윤영철을 살뜰하게 보좌했다. 윤영철은 6이닝 9피안타(2피홈런) 6탈삼진 2볼넷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12일 롯데전도 괜찮았다. 한준수는 6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윤영철은 4⅔이닝 8피안타 3탈삼진 1볼넷 5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승리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두고 난타 당하기 전까지 전체적으로 나쁜 내용이 아니었다. 한준수와 윤영철은 노진혁에게 내준 우선상 2루타가 실투였다고 입을 모았다. 그 2루타 하나가 롯데의 추격에 불을 당겼다. 이 경기로 윤영철-한준수 배터리는 또 한번 공 하나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김종국 감독은 “태군이도 체력적 부담이 있어서, 앞으로 준수의 출전이 많아질 수도 있다”라고 했다. 둘 다 경험이 부족한 게 리스크인 건 맞다. 5회 2사에서 집중타를 맞았던 건 이 부분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둘 다 경험이 없으니 오히려 준비를 더 잘한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윤영철과 한준수가 경기준비를 더 꼼꼼하게 한다는 배터리코치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영철은 “저도 준수형도 1군이 처음이니 서로 얘기도 많이 하고 배우면서 하고 있다. 더 공부를 많이 한다. 준수 형하고 맞추는 게 좋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웃으며 “둘 다 어리니까 오히려 대화도 편하게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요즘은 이런 세상이 아니지만, 십수년 전만해도 젊은 투수는 베테랑 포수의 사인을 거절하기 어려웠다. 젊은 투수가 고참 포수에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윤영철이 지금 김태군에게 한 마디도 못하는 건 아니다. 김태군은 후배 투수들을 강하게 이끌지만, 소통을 충분히 한다. 단, 최근 흐름상 윤영철과 한준수가 잘 맞는 건 사실이다. 윤영철은 “준수 형이 덩치가 크다. 포수의 덩치를 크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닌데, 준수 형은 크니까 편하다. 잘 맞는 것 같다”라고 했다. KIA에 공부하는 43세 베터리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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