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우리 할머니들을 기억합니다”
[KBS 창원] 광복절 하루 전인 오늘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입니다.
1991년 8월 14일 故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날로, 정부는 2017년 8월 14일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날로 지정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시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현장으로 가봅니다.
공원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올바른 역사 의식을 공부하는 고등학생 모임인데요.
위안부 기림의 날을 맞아 평화의 소녀상을 찾았습니다.
["조개 캐러 가다 일본 군인한테 끌려갔기 때문에 남해 소녀상에는 다른 지역에 없는 조개 캐는 바구니와 괭이가 있습니다."]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조개 캐러 가다 일본군에 끌려간 故박숙이 할머니.
해방 뒤 고향으로 돌아와 생을 마감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마음에 새깁니다.
[김동언/남해제일고등학교 2학년 : "저희랑 비슷한 나이대에 끌려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매우 아프고, 슬픈 것 같습니다."]
[정선교/남해고등학교 2학년 :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우리 지역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조금 더 뜻깊게 다가오는 것 같고요. 숙이 할머니를 잊지 말고, 위안부 할머니를 잊지 말자는 생각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숙이 할머니는 고인이 되기 전 원통했던 심정을 토해내며 일본의 전쟁범죄를 고발했습니다.
아이들은 할머니가 썼던 글들을 옮겨써 봅니다.
[유진/남해제일고등학교 1학년 : "쓰면서 제가 약간 울컥하는 마음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저희가 조금 더 확실히 기억해야 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계기가 됐습니다."]
아이들이 쓴 할머니의 말씀들은 자유로운 나비를 상징하는 리본으로 묶어 공원 나무에 매달았습니다.
남해의 시민사회단체들은 할머니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이자 평화를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7년째 추모문화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김정화/남해여성회 회장 : "할머니 생존자가 한 분도 안 남는 시간이 우리에게 다가와 있고요. 그럴수록 우리는 한 분의 기록이라도 더 찾고 연구하고 나누어야 하는 미래세대의 책임이 있습니다. 그 책임을 이뤄가는 하나의 일환으로 이런 기억 재연 활동들을 하고 있습니다."]
창원의 한 영화관, 위안부 피해자 기림 주간을 맞아 영화 상영회가 열렸습니다.
[김효영/창원시 대산면 : "저와 또 다른 세상에 문제라고 생각했었는데, 알면 알수록 그리고 공부하면 할수록 사회에서 보는 나의 문제랑 또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떻게 담아냈을지 궁금합니다."]
상영작은 위안부 故김순악 할머니의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전쟁이 끝난 뒤 이어진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현대 여성의 문제로 확장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이들에게도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박문칠/영화 '보드랍게' 감독 : "(이분들이) 전쟁이 끝난 이후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사실 많이 알려진 게 없는 것 같아요. 그 이후의 삶에서 어떤 힘든 점들이 있었는지 그 속에서 우리 사회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이제는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상영을 마치고 감독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는데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아직 진행형이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입니다.
[이경희/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 : "1년에 한 번 위안부 기림의 날만 우리가 기억할 게 아니고요. 처참한 역사를 정의롭게 해결하는 게 바로 나의 일이라고 생각이 된다면 일본군 위안부 단체나 일본군 위안부 활동에 관심을 가지는 시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는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을 제정한 지 30년 되는 해입니다.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는 이제 아홉 분 남았습니다.
일본 정부는 아직도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오히려 일본군 성노예 제도를 부정하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역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지켜야 하는 것, 우리가 해야 할 몫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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