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실' 원하는 가족에 "왜 나한테 얘기하냐?"
[뉴스데스크]
◀ 앵커 ▶
초임 교사 두 명이 잇따라 숨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두 교사의 사망 원인을 단순 '추락사'라고만 보고했습니다.
당시 유족들은 사망 경위를 사실 그대로 '자살'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학교는 이런 요청을 묵살했고,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한 사실 확인조차 거절했습니다.
결국 두 선생님의 죽음은 단순 추락사로 종결되면서, 공무상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학교에선 티를 낼 수 없었던 우울증.
김은지 선생님은 가끔 친구들에게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고 김은지 친구 교사] "은지 표현으로는 '이 친구는 좀 영악했다'라고 했어요. 이렇게 말을 한 거예요. '선생님 수업 되게 재미없어요. PPT도 그냥 재미없어요.'"
더 무서웠던 건, 시도 때도 없는 학부모들의 항의와 민원이었습니다.
[고 김은지 친구 교사] "학부모들이랑 통화할 때도 '되게 손발 벌벌 떨면서 받는다' 얘기도 했었고, '나는 그냥 교사랑은 좀 안 맞는 것 같다.'"
2017년과 2019년엔 두 달씩 병가를 냈고, 복직 뒤에는 음악과 영어 전담교사를 맡았습니다.
'음악 전담은 신의 한수.'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
당시 일기엔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자기 대신 담임을 맡게 된 동료 교사들에겐 미안함이 컸습니다.
[고 김은지 친구 교사] "원래 그 선생님이 음악 전담하셨으니까 역할이 바뀐 거죠. 자기는 너무 미안했다고, 민폐 아니냐고."
결국 2021년, 자진해서 5학년 담임을 맡아야 했습니다.
여전히 우울증을 앓고 있었지만, 교감은 '그런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교육청에는 김은지 선생님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추락사'로 보고했습니다.
6개월 만에 또 발생한 이영승 선생님의 죽음.
이번에도 학교는 '추락사'라고 했습니다.
[당시 호원초 동료교사 (음성변조)] "'추락사로 보고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 뉴스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저도 너무 충격을 받았고요."
사망경위서가 제출된 12월 13일.
유족들은 순직 처리를 위해, 추락사를 '자살'로 수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고 이영승 유족 - 호원초 교감 전화 통화 (2021년 12월 13일)] 유족 : 경위서는 혹시 어떻게 보고가 됐는지 좀 알 수 있을까요? 교감 : '추락사' 그 이상은 쓰지 못했어요. 어떤 원인으로는 알지 못하니까. 유족 : 수정을 해주실 수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처남 유서가 발견이 돼서. 교감 : 진실을 경위서에 넣고 싶으신 거잖아요. 일단 알아본 다음에 전화 드릴게요.
돌아온 답은 없었습니다.
죽음의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학교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습니다.
[고 이영승 유족 - 호원초 교감 전화 통화 (2022년 6월 15일)] 유족 : 교감선생님, 그러면 저희 처남의 죽음에 대해서 저는 누구랑 어떻게 확인을 해야 되나요? 교감 : 아, 그걸 왜 저한테 얘기하세요.
결국 두 선생님의 죽음은 단순 추락사로 종결됐습니다.
'개인적 취약성으로 보여진다.'
'공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죽는 게 무섭다'며, '살고 싶다'던 김은지 선생님의 죽음을 정부는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이영승 선생님의 죽음 역시 같은 기준으로 심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김준형, 윤병순, 강종수 / 영상편집: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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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나경운, 김준형, 윤병순, 강종수 / 영상편집: 권지은
차주혁 기자(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14431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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