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집권 여당 “중동·아프리카 난민 받아들여 혼란 원하십니까?”
폴란드 집권 여당인 극우 성향의 법과정의당(PiS)이 오는 10월 총선에서 중동·아프리카 난민을 받아들일 것인지를 놓고 국민투표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찬반을 묻는 투표 문항 내용이 사실상 반대를 종용하는 내용이라 벌써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폴란드 야당과 유럽 언론들은 “법과정의당이 난민 문제를 내세워 총선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려는 시도”라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13일(현지 시각) 소셜미디어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총선일인 10월 15일 (중동·아프리카계) 난민 수용에 대한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그동안 우크라이나 난민을 100만명 이상 받으면서도 중동·아프리카계 난민은 “문화적 차이가 너무 크다”며 수용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지난 6월 유럽연합(EU)에서 잠정 합의된 ‘신(新)이민·난민 협정’에 따라 앞으로는 이 지역 난민도 받아야 할 처지다. 이 협정은 27개 EU 회원국이 인구 및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따라 난민 신청자를 일정 비율로 의무적으로 나눠서 수용토록 했다. 수용을 거부하는 국가는 난민 1인당 2만유로(약 2900만원)의 기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미리 공개된 국민투표의 내용이 문제가 됐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공개 영상에서 “국민 여러분은 ‘당신은 유럽의 관료주의가 부과한 강제 이주 체계에 따라 중동·아프리카에서 온 수천명의 불법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을 지지합니까’라는 질문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관료주의’ ‘강제 이주 체계’ ‘수천명의 불법 이민자’ 등 부정적 표현 일색이다. 이 영상은 또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의 거리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차량 방화 장면, 흑인이 큰 칼을 핥는 모습 등 끔찍한 장면을 보여줬다. 이어 영상은 법과정의당 대표 야로스와프 카친스키의 목소리로 “여러분은 이런 장면이 폴란드에서도 일어나기를 원합니까”라고 묻는다.
폴란드 야당은 즉각 “법과정의당이 재집권을 위해 정치적 선동에 나섰다”고 반발했다. 야당 비오스나(폴란드어로 ‘봄’)의 로베르트 비에드론 대표는 “폴란드는 이미 100만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은 만큼 중동·아프리카계 난민 수용을 면제받을 수 있다”며 “여당이 문제를 부풀리고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선 이슈를 일부 유권자들이 반감을 가진 이민 문제로 몰고 가려 한다는 지적이다. 법과정의당은 2015년 첫 집권 때도 “무슬림 이민자가 폴란드의 문화적 정체성과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지지율을 끌어올린 전력이 있다. 폴란드 최대 야당인 시민강령당(PO)의 도날트 투스크 전 총리 등은 이민 문제에 이보다 유화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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