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급차, 잼버리 '짐차'로 썼다…소방당국 "선제적 안전조치"

대전시 가양동 한 대학교 기숙사 앞에서 119 구급대원이 구급차에 캐리어를 비롯한 짐을 싣는 모습이 포착됐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가 지난 11일 막을 내린 가운데 잼버리 대원들이 퇴소하는 과정에서 119구급차가 동원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베트남 잼버리 학생들 철수 모습'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대전시 동구 가양동 한 대학교 기숙사 앞에서 119구급대원이 구급차에 캐리어를 비롯한 짐을 싣는 모습이 포착됐다.

글쓴이는 베트남 잼버리 대원들이 퇴소하는 과정에서 119구급차가 짐을 싣고 날랐다고 했다. 그는 "119구급차로 '짐 셔틀(강요에 못 이겨 하는 심부름을 일컫는 조어)' 하나 보다"라며 "캐리어 꽉 채우고 출발했다 금방 다시 돌아와 상차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소사공노(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은 14일 성명을 내고 "응급환자를 이송해야 할 119구급차에 화물을 이송하도록 한 것은 부당한 지시"라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이어 "숙소에 배치된 구급차로 '학생들의 짐을 옮겨줄 수 있냐?'는 행정안전부 직원의 문의에 안전근무자인 대전소방본부 간부는 당연히 거절해야 함에도 짐을 싣고 옮겨주라는 지시했다"고 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도 이날 '119구급차가 콜밴입니까?'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대전에 배정된 1400여명 잼버리 학생들을 위해 119구급차를 6대나 동원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동원되는 구급차는 여분의 구급차가 아니다"라며 "동원되는 구급차는 지정된 장소에서 언제든지 응급 상황에 출동해야 할 바로 그 구급차"라고 적었다.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인도와 차도 구분이 되지 않는 좁은 도로에 전세버스가 주차하지 못해 숙소로부터 300m 떨어진 곳에 차가 서 있었고 14~15세 여학생 70여명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걸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퇴소하는 잼버리 대원들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였음을 이해해 달라"고 뉴스1에 전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