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옥죄기 vs 조세정의 실현… 유럽 ‘횡재세’ 도입 논란

이우중 2023. 8. 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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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고금리 시대 이자 수익이 급증한 은행에서 초과이익 40%를 이른바 '횡재세'로 회수하기로 했다.

FT는 지난 8일 이탈리아 정부가 은행에 기습적으로 부과한 세금은 이런 추세의 최근 사례라며 원래 에너지 산업에 부과되기로 한 횡재세가 다른 분야로 점점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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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산업 이어 他 분야 확산
2022년 초부터 30개 이상 시행
伊, 은행 초과이익의 40% 부과
헝가리, 보험·제약사까지 포함
포르투갈, 식품업체도 추가 부담
업계 “미래투자 억제 위험 높아”
일각 “영구적 세금으로 징수를”

최근 이탈리아 정부가 고금리 시대 이자 수익이 급증한 은행에서 초과이익 40%를 이른바 ‘횡재세’로 회수하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유럽 각국이 광범위한 업종에서 횡재세를 걷는 사례가 늘면서 논쟁이 불붙고 있다. 재정적자 해결을 위해 과도하게 기업을 옥죈다는 지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빈부격차가 심해진 상황에서 국민 전반에 고통이 전가되는 증세를 피하기 위해 횡재세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유럽 정부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고물가 및 생활비 위기 속 고수익을 올리는 기업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해소하고 장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점점 더 횡재세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지난 8일 이탈리아 정부가 은행에 기습적으로 부과한 세금은 이런 추세의 최근 사례라며 원래 에너지 산업에 부과되기로 한 횡재세가 다른 분야로 점점 확산하고 있다고 짚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4일 현지 언론들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에 대해 “민감한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회계·재무 자문그룹 KPMG와 미국 조세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유럽 전역에서 30개 이상의 횡재세가 도입되거나 제안됐다. 또 총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24개국이 자국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를 발표·제안 또는 시행했는데, 이는 지난해 초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EU 집행위원회 관리들이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체코, 리투아니아, 스페인, 이탈리아 등이 은행에도 횡재세를 부과하면서 에너지뿐 아니라 은행 역시 유럽 국가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 대상은 점점 늘어나 헝가리는 보험회사를 포함한 모든 금융 기관과 제약 그룹에 부과금을 매겼으며, 포르투갈은 지난해와 올해 초과이익이 발생한 식품 유통업체에 추가 부담금을 내도록 했다. 크로아티아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난해 3억쿠나(약 568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모든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추가 이익세’를 도입할 예정이다. 불가리아도 경제 전반에 걸쳐 횡재세 부과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정부 움직임에 대한 찬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조세재단의 크리스티나 에나체 국제조세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조치는 국내 생산에 불이익을 주고 건전한 과세표준 없이 특정 산업을 징벌적으로 표적 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업계 전문가는 FT에 “이런 부과금은 일반적으로 정부 재정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며 “(횡재세가) 미래 투자를 억제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제구호단체 옥스팸의 크리스티안 할룸 조세정의 정책 책임자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데 많은 기업이 기록적인 수익을 올리는 상황은 공정하지 않다”며 횡재세 도입 및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재정 부서의 샤피크 헤부스 부국장은 “특정 기업이나 부문에 대한 사후 일회성 횡재세에 의존하는 것보다 낫다”며 초과이익에 대한 부과금을 일회성 횡재세가 아닌 영구적 세금으로 걷을 필요가 있다고도 제안했다.

◆횡재세는 언제부터

유럽에서 처음 횡재세가 등장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다. 막대한 군비를 충당하기 위한 방편으로 도입된 것이다. 1915년 덴마크는 스튜의 이름을 딴 ‘굴라슈’세를 도입해 전쟁 중에도 독일과 계속 거래하는 덴마크 식품 수출업체에 부과했다. 이를 필두로 1차대전 기간 영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최소 22개국이 초과 이익을 올린 기업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추가 세금을 부과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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