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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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할 때면 영화 '굿 윌 헌팅'을 보곤 한다.
피잉 하고 나온 눈물이 마를 때쯤이면 위로가 필요했던 내 마음에도 평온이 찾아온다.
전공 서적이 내게 건넸던 위로와 4년 내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심리상담사 선생님, 그리고 힘들 때 종종 위로가 되어주는 '굿 윌 헌팅' 속 숀 교수님 덕분에 나를 더 알게 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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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한국사회]
[똑똑! 한국사회] 손자영 | 자립준비청년
위로가 필요할 때면 영화 ‘굿 윌 헌팅’을 보곤 한다. 이미 여러번 본 터라 줄거리를 꿰고 있지만 계속 찾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 윌(맷 데이먼)은 반복되는 입양과 파양, 가정폭력으로 인해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이러한 윌이 마음을 연 유일한 사람은 심리학 교수 숀(로빈 윌리엄스)이다. 숀은 윌이 천재적인 두뇌, 탁월한 재능과는 별개로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가길 바란다. 숀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윌은 어린 시절 파양당한 경험과 양부에게 당한 가정폭력의 경험을 털어놓는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 채 말하는 윌에게 숀은 이렇게 말한다.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항상 같은 장면에서 코가 시큰해지면서 눈물이 피잉 돈다. 피잉 하고 나온 눈물이 마를 때쯤이면 위로가 필요했던 내 마음에도 평온이 찾아온다.
내게도 숀과 같은 존재가 있었다. 아쉽게도 사람이 아닌 책이었지만 말이다. 그 존재는 사회복지학 전공인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가장 먼저 펼친 책 ‘인간 행동과 사회환경’이다. 이 책은 인간 행동과 발달 과정을 여러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며, 어린 시절 양육 환경, 양육자와의 애착 관계, 심리 정서적 발달, 부적응 행동 등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론을 알려준다.
이러한 이론을 배우는 과정에서 그간 한번도 떠올리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마주하게 되었다. 양육자가 지속해서 바뀌었던 것, 조건 없이 넘치는 사랑을 받아본 경험이 적다는 것. 지켜야 할 규칙들과 단체생활로 불안한 환경 속에서 자란 것.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꽁꽁 싸서 마음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상처들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면 겁이 나서 강의실에서 뛰쳐나가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책으로부터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 연민으로 가득한 시기, 전공 책과 수업에서 배운 이론들은 내가 내 환경을 선택할 수 없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숀 교수가 윌에게 건넸던 말처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수없이 바뀌던 양육자가, 불안했던 양육 환경이 너를 힘들게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때 너는 아주 어린 아이에 불과했어. 이해하기 힘들었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 때면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자신을 문제라고 여기며 보냈던 지난날의 나를 위로해주는 시간이었다. 그 위로의 시간 끝에는 힘들었던 어린 시절은 묻어두는 것이 아니라 보살펴주고 치유해줘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대학생 시절 학교 학생상담센터에서 4년 내내 심리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받으면서 그동안 한번도 내게 하지 않았던 질문을 서서히 하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미래에 대한 내 생각은 어떠한지 등등. 스스로 답을 써내려는 과정에서 과거의 상처를 서서히 치유할 수 있었고, 내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만약 당시 상담을 시도해보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나는 아직도 나를 미워하고 못난 존재로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까?
전공 서적이 내게 건넸던 위로와 4년 내내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심리상담사 선생님, 그리고 힘들 때 종종 위로가 되어주는 ‘굿 윌 헌팅’ 속 숀 교수님 덕분에 나를 더 알게 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남들과는 다른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상처처럼 안고 있을 또 다른 자립준비청년들에게도 그런 존재들이 자주, 많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심리상담사의 얼굴로, 따듯한 관계들의 얼굴로, 직접 말을 건네는 이름 모를 누군가의 얼굴들로 말이다. 물론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기꺼이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다. 저마다의 상처를 끌어안고 자신을 탓하고 있을지 모를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네 잘못이 아니야. 우리 잘못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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