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현수막 특권 폐지, 지금이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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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현수막은 특권이다.
똑같은 현수막인데 정당 현수막은 무제한이고, 정치 신인은 한 장도 걸 수 없다.
"선거의 공정성을 이유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정치 신인이나 신생 정당이 자신들을 알릴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게 돼 오히려 선거의 공정성이 저해된다"고 지적한 헌재 판결 취지로 판단했을 때 지금 정치 신인이 내건 현수막은 불법이 아니다.
지금이 정당 현수막 문제를 해결할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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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김영태 | 김대중재단 부천중부지회장·전 시비에스(CBS) 기자
정당 현수막은 특권이다. 헌법 취지에 명백히 위배된다. 똑같은 현수막인데 정당 현수막은 무제한이고, 정치 신인은 한 장도 걸 수 없다. ‘누구는 80장 걸고, 누구는 0장…현수막도 특권, 희한한 법’이라는 어느 기사 제목이 이러한 현실을 잘 드러낸다.
당협·지역위원장은 15일 주기로 수량과 장소 제한 없이 현수막을 걸 수 있다. 얼굴 사진과 이름이 적혀 있는 정당 현수막과 똑같은 형식으로 정치 신인이 걸면 철거당한다. 당협·지역위원장은 상시로 얼굴과 이름을 알릴 수 있고, 정치 신인은 그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한다. 모든 국민이 법 앞에 평등하지 않고, 정치 신인은 명백한 차별을 받고 있다. 이런 차별을 담은 법을 국회가 만들고, 그 특권을 입법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다.
이러한 특권을 바로잡을 기회를 맞았다.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헌법불합치 판결에서 현수막 등의 금지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개선입법을 권고했다. 헌재는 7월31일까지 개선입법을 마련하도록 했다. 그러나 여야 입장차이로 불발됐다. 이에 따라 시설물설치 등 금지조항과 인쇄물배부 등 금지조항은 8월1일부터 효력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신인이 내건 현수막 철거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입법 미비로 인해 기존 공직선거법 효력이 상실된 상태에서 정치 신인이 내건 현수막은 불법일까 합법일까? 입법 미비 상태에서는 헌재의 판결이 법 적용의 최우선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선거의 공정성을 이유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정치 신인이나 신생 정당이 자신들을 알릴 기회를 충분히 갖지 못하게 돼 오히려 선거의 공정성이 저해된다”고 지적한 헌재 판결 취지로 판단했을 때 지금 정치 신인이 내건 현수막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기존 법대로’를 내세운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 5일 경기 부천시 가로에 ‘서민 경제, 민주주의, 평화 지키는 일에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라는 현수막 20개를 게시했지만 부천시 부천동과 심곡동 가로정비팀은 사흘만인 7일 이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옥외광고물법 규정에 따라 법대로 집행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현수막 게시는 헌재 판결 취지에 맞는 합법적 행위에 해당하고, 오히려 당국의 철거가 헌재 취지에 반하는 불법이다. 당국의 생각 없는 법 집행은 특권을 비호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마련한 개정안에서 현수막에 관한 규정은 금지 기간만 선거 180일 전에서 120일로 줄였을 뿐, 정당 현수막을 옥외광고물법 적용 배제 대상으로 정한 옥외광고물법은 손보지 않았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고려했을 때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다 폭넓게 확대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때마침 한 변호사단체와 인천시민단체는 옥외광고물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9일 냈다.
지금이 정당 현수막 문제를 해결할 적기다. 공직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을 동시에 손질해야 한다. 현수막 난립에 대한 시민 반감을 고려해 무제한 정당 현수막 대신 총량 규제 기준을 만들자. 현수막에 얼굴 사진과 이름을 넣을 거면 다 같이 넣고, 뺄 거면 다 같이 빼는 게 맞다. 정치 신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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