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민주적 방송장악…1심 재판에 ‘언론 자유’가 달렸다

한겨레 2023. 8. 1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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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방송(KBS) 이사장과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이 동시에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해임도 곧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현재 상황을 보면, 공영방송의 이사장이나 이사를 해임시키려는 의도가 순수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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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이 개의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하승수 | 변호사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방송(KBS) 이사장과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해임이 동시에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절차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언제까지 해임’이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인다. 해임사유도, 절차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보면, 취임사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외쳤던 윤석열 대통령의 머릿속에 ‘언론의 자유’는 없는 듯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기본이기에, 지금 상황은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정권의 태도를 보면,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8월14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남영진 한국방송 이사장과 정미정 교육방송(EBS) 이사 해임 안건의 의결을 강행했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해임도 곧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결국 해임 문제는 법원으로 가게 될 것이다. 해임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제기되고, 해임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이 동시에 제기될 것이다. 그리고 1심 재판부의 집행정지 사건에서의 판단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본안소송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나중에 본안소송에서 승소한다고 해도 해임은 되돌리기 어렵다. 또한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될 경우 항고할 수 있지만, 항고심에도 시간이 꽤 걸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집행정지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의 판단에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양심적인 시민들의 노력으로 바로잡는다고 해도, 당장에는 사법부의 판단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에 나왔던 법원의 판단을 보면, 2020년 11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직무집행 정지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제기했던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던 사례가 있다. 집행정지의 요건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를 인정한 것이다. 반면에 과거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이 해임됐을 때 제기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는 집행정지 신청이 기각됐다.

이런 판단의 차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집행정지의 요건에 대한 법학 서적의 설명을 보더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는 손해’를 의미한다고 하고 ‘사회 관념상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참고 견딜 수 없거나 또는 참고 견디기가 현저히 곤란한 경우의 유형, 무형의 손해’를 의미한다고 돼 있을 뿐이다. 구체적으로 여기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법관이 판단하는 영역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윤석열 전 총장의 직무집행 정지 사건에서 법원은 ‘검사로서의 직무집행이 정지되는 것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에 해당하며, 나중에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그러한 손해가 회복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긴급한 필요’도 인정했다.

그렇다면, 이런 판단이 공영방송의 이사장이나 이사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더구나 현재 상황을 보면, 공영방송의 이사장이나 이사를 해임시키려는 의도가 순수하지 않고,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은 ‘권력의 폭주’에 대해 사법부가 견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물론 양심적인 언론인들과 시민단체, 시민들이 사법부의 판단에만 의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각자의 행동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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