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국가산단의 시작과 끝…“방산 넘어 우주로”

윤경재 2023. 8. 1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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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창원국가산업단지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 50년 성장동력을 설계하는 연중기획 순서입니다.

창원국가산단이 탄생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국방력 강화를 위한 방위산업 육성 때문이었는데요.

지금은 미래 먹거리인 우주항공산업 발전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윤경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968년 1월 21일, 북한 공작대원 31명이 휴전선을 넘어옵니다.

[김신조 : "우리 31명의 임무는 박정희 대통령을 없앨 임무…."]

냉전의 골만큼 군사적 긴장도 깊었던 시기, 북한 간첩이 청와대 뒤까지 침투한 데 충격을 받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력 강화'를 대업으로 삼게 됩니다.

[박정희/전 대통령 : "우리의 국방력을 더욱더 강화하고 우리의 치안 태세에 만전을 기해서 북한 괴뢰들이 엉뚱한 생각을 절대 갖지 못하게…."]

군사력 강화를 위한 방위산업 기지 육성!

창원국가산업단지 탄생의 이유였습니다.

창원에서 쏴 울산에 있는 목표물을 명중시킬 수 있는 최대 40㎞ 사거리에, 15초 3연발이 가능한 화력, 기동성과 자동 사격체계까지 갖췄습니다.

추정 세계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서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방산 최고의 히트작, K9 자주포입니다.

전장의 후방을 K9이 책임진다면 돌격 주자는 K2 전차입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산악 지형에 특화돼 험한 산을 빠르게 달리면서도 목표물을 놓치지 않습니다.

로켓발사체 천무와 레드백·K808 등 장갑차, 주요 군함과 전투기의 엔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이 무기들은 모두 창원의 방산기업들이 만들어냈습니다.

[신필성/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엔진생산기술팀장 : "육군 쪽은 잘 아시다시피 K9 자주포가 있고요. K22 장갑차, 비호라든지 여러 가지 무기체계를 가지고 있고요."]

최근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력 증강에 힘을 쏟고 있는 동유럽 폴란드를 공략해 수출에도 유례없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와 천무 수출로 8조 원대, 현대로템은 K2 전차 등 4조 5천억 원대 수주를 따냈습니다.

미국과 독일 같은 선진국 무기 버금가는 성능에 낮은 가격으로 호주와 중동 등에서도 수주 잔고를 쌓고 있습니다.

[임채석/현대로템 방산체계기술팀 책임매니저 : "시험 결과로는 (K2 전차가) 전 세계 유명한 전차들과 동등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입증됐습니다. 가성비는 아마 독일의 레오파드2 전차와 비교하게 되면 아주 많이 싸다고…."]

한반도 후방, 적으로부터 노출이 적으면서 전투·수송기가 활주할 수 있는 최적의 평평한 분지 지형 덕분에 방산 기지로 선정된 창원국가산업단지.

방산업체들이 무기를 만들지 않는 기간에도 방산 설비로 중공업 기계들을 생산할 수 있도록, 방산과 기계공업을 연계한 산단을 설계한 겁니다.

[박병규/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 : "방위산업과 기계산업을 한 울타리에서 같이 육성해야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방위 산업에서 쓰이는 모든 부품이 다 기계 부품이죠. (중장비를) 작동하는 것 보면 군용 장비에 다 들어가는 것이거든요."]

창원국가산단 초기인 1970~80년대 방산업체들은 수입한 선진국 무기를 분석해 부품 개발에 주력했고, 1990년대부터 국산화 결실을 보고 있습니다.

준전시 상황 우리 군의 안정적인 무기 수요를 바탕으로 끊임없는 기술 개발을 한 덕분입니다.

[박종규/창원대 첨단방산소재부품연구실 교수 : "초반에는 대부분 무기 체계를 수입한 것을 모방하는 과정 속에서 기술력을 계속 키워왔죠. 무기 체계가 (지금의) 최종 성능까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난관이 있거든요. 정말 엄청난 연구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고…."]

이제 창원의 방산업체들은 지금의 호황을 이어갈 미래 새 판을 짜고 있습니다.

방위산업의 미래, 핵심은 '호환성'입니다.

창원의 기계산업과 방위산업은 비슷한 기술과 설비를 함께 활용해 성장해왔는데요.

이처럼 방위산업을 뿌리 삼아 우주항공이라는 새로운 산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5일 우주로 날린 누리호!

미사일·전차·자주포 같은 방산 무기와 우주 로켓은 고열·고압을 견디는 극한 소재와 강력한 유도 추진, 연료 등 사실상 같은 원천 기술을 활용합니다.

현대로템은 발사체 추진·연소 성능 시험 설비를 만들었고,

[임채석/현대로템 방산체계기술팀 책임매니저 : "고정된 발사체에서 추진력과 연소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이었습니다. 각종 시험설비와 장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열차든 전차든 다 사용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시험 설비에 참여하지 않았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심장인 엔진을 비롯해 발사체 제작 전반을 총괄했습니다.

[김종한/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 발사체생산팀 차장/누리호 엔진 개발 : "누리호의 심장인 엔진을 비롯해 핵심 부품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을 통해서 기본적인 기반 기술은 확보됐다고 생각합니다."]

방위산업체들이 우주항공으로 진출하면서 고도의 발사·위성 통신 기술을 무기 개발에 적용할 수 있고, 군 위주에서 민간 수주로 영역을 넓힌다는 점에서 새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박종규/창원대 첨단방산소재부품연구실 교수 : "(우주항공 분야에서) 파생된 기술들을 민간 쪽에 활용한다든지 했을 때 산업적인 파급 효과가 클 수 있겠죠. 개발된 소재, 부품들이 민수까지 연결되면 거기서 큰 산업적인 활용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창원시도 전국 자치단체 최초로 소재 개발과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방산클러스터를 만드는 등 방산을 1번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습니다.

다가올 50년 역시 방산은 창원국가산단의 핵심입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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