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아찔한 5강 도박? 손 올린 28세 좌완과 뉴 털보 우완의 ‘비밀번호 1.15·1.88’

김진성 기자 2023. 8. 1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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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즈와 딸과 함께 기뻐한다/롯데 자이언츠
윌커슨이 포수 손성빈과 함께 즐거워한다/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찔한 5강행 도박인가.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지난주 키움과의 원정 3연전 첫 경기를 앞두고 외국인투수 찰리 반즈(28)와 애런 윌커슨(34)을 ‘5일 턴’으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KBO리그는 화요일-일요일 등판 순번이 아니라면 나흘 휴식 후 닷새만의 등판이 아닌 닷새 휴식 후 엿새만의 등판이 일반적이다.

단, 미국에 몸 담았던 외국인투수들은 상대적으로 닷새만의 등판에 익숙한 편이다. 더구나 롯데는 올해 윈-나우다. 서튼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에 5강 진입에 사활을 걸었다. 현장과 프런트 모두 올해 성적에 따라 어떤 운명이 펼쳐질지 모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반즈의 신중한 투구/롯데 자이언츠

보통 투수들을 당겨서 쓰는 건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다. 페넌트레이스 종료 1~2주 전을 앞두고 마지막 순위다툼을 하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여전히 8월 중순이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5강 싸움 중인 타 구단의 한 감독은 최근 “아직도 승부처는 아니다”라고 했다. 순위보다 매 경기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쏟아부을 때는 아니라는 인식을 명확히 했다.

그런데 서튼 감독의 선택은 도박이라고 보긴 어렵다. 롯데 선발진의 사정을 보면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 선발진은 토종 3~5번이 사실상 힘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황이다. 나균안은 부상으로 7월25일 두산전 이후 개점휴업이다.

윌커슨과 정훈의 하이파이브/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5~6월과 7~8월의 편차가 너무 크다. 5월과 6월엔 3승 평균자책점 1.88, 1승1패 평균자책점 1.56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7월 3경기서 3패 평균자책점 5.40, 8월 2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5.79다. 아시안게임이 걱정스러울 정도다. 이밖에 FA로 외부에서 데려온 한현희도 불안한 행보다.

때문에 반즈와 윌커슨을 최대한 많이 활용해 승수를 쌓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막다른 모험수라기보단, 현실적으로 롯데가 꺼내들 수 있는 마지막 도박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이 도박의 출발이 상당히 좋다.

반즈는 7월 5경기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33에 이어 8월 3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1.45다. 후반기 5경기서 4승 평균자책점 1.15. 4일의 간격을 두고 등판한 8일 고척 키움전과 13일 부산 KIA전서 합계 12.2이닝 8피안타 12탈삼진 3볼넷 1실점(비자책)했다.

반즈의 역투. 글러브 높이를 올리면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롯데 자이언츠

반즈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글러브를 낀 팔 높이를 낮췄다. 지난해 한 시즌을 경험하면서 타자들이 자신의 투구 버릇을 간파해 대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스프링캠프부터 팔 높이를 낮췄는데 이게 전반기의 기복 원인이었다고 털어놨다. 그 결과 세트포지션에서 팔 높이를 다시 가슴 부근까지 올린 채 투구하기 시작했다. 투구 밸런스와 리듬 모두 살아났다고 평가했다. 각 구종의 품질이 좋아졌다고 자평했다.

댄 스트레일리를 내보내고 윌커슨을 택한 것도 지금까지는 맞아떨어진 분위기다. 4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1.88이다. 퀄리티스타트 세 차례에 피안타율 0.212, WHIP 0.92로 좋다. 투심을 거의 구사하지 않아도 커터가 좋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포심의 비중이 별로 높지 않았다.

좋고 나쁘고의 영역이 아니라, 다양한 공을 상황에 맞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라서 롯데로선 고무적이다. 더구나 24이닝을 소화하면서 볼넷이 4개밖에 없었다. 스트라이크 존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다. 손 끝의 감각이 있는 투수인 듯하다. KIA 김종국 감독도 윌커슨이 까다로운 투수라고 인정했다.

윌커슨이 KBO리그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롯데 자이언츠

이제 롯데로선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하루 덜 쉬고 등판하는 일정은 피로도 관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이 익숙하다고 해도 반즈는 이미 풀타임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윌커슨은 모든 주변환경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에서 정신적 피로감이 없을 리 없다.

그럼에도 롯데는 5강을 위해 이 승부수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10월에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나균안의 건강한 복귀, 박세웅과 한현희의 분전이 절실하다. 외국인투수들만 분투한다고 해서 5강을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반즈의 위력적인 투구. 롯데 대역전 5강을 이끌어야 한다/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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