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444일만 감격승, 벨린저는 그렇게 붙고 싶었나… 농담에 정색, “선발 나간다고요”

김태우 기자 2023. 8. 1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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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컵스전에서 5이닝 2실점(비자책점) 호투로 감격적인 승리를 거둔 류현진
▲ 최근 절정의 타격감을 이어 가고 있는 코디 벨린저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코디 벨린저(28‧시카고 컵스)는 한때 LA 다저스 팬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은 스타였다. 잘 칠 수 있고, 게다가 멀리 칠 수 있고, 여기에 수비와 주력까지 좋은 걸출한 재능이었다. 스타성도 풍부했다. 말 그대로 야구를 멋있게 할 수 있는 선수였다.

옆 동네 에인절스가 보유한 리그 최고 선수 마이크 트라웃을 10년 동안 부러워했던 다저스 팬들은 벨린저로 반격의 기회를 얻었다고 여겼다. 앞으로 트라웃처럼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잔뜩 기대했다. 이 기대감은 벨린저가 리그 3년 차인 2019년 156경기에서 타율 0.305, 47홈런, 11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35라는 리그 폭격 수준의 성적으로 리그 MVP에 오르자 절정에 다다랐다.

당시 LA 다저스의 투‧타 에이스를 뽑자면, 타자는 역시 벨린저였다. 그리고 마운드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류현진(36‧토론토)이었다. 물론 클레이튼 커쇼라는 상징적인 에이스가 있기는 했다. 그러나 잦은 부상으로 한 시즌 내내 팀에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라는 성적이 말해주듯, 류현진의 투구 퀄리티가 커쇼보다 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실제 포스트시즌에서의 에이스도 류현진이었다.

그런 두 선수의 인연은 2019년으로 끝났다. 2019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나온 류현진이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 계약을 하고 다저스를 떠났기 때문이다. 벨린저와 류현진이 함께 뛴 기간은 3년 남짓이었다. 공교롭게도 류현진이 떠난 뒤, 벨린저 또한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2020년 부진한 데다 어깨 부상까지 입었고, 2021년과 2022년 내내 ‘부진’과 ‘반등 여부’가 언론 화제를 탄 끝에 결국 지난해 겨울 논텐더 처리됐다. 곧이어 컵스와 계약을 하기는 했지만 충격을 받을 만한 일이었다. 류현진도 지난해 6월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잠시 우리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2019년 LA 다저스의 투‧타 에이스들이 그렇게 쓸쓸히 무대 밖으로 사라질 위기였다.

그런 두 선수가 14일(한국시간) 토론토의 홈구장 로저스 센터에서 만났다. 류현진은 토론토 유니폼을 입고, 벨린저는 컵스 유니폼을 입고 재회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맞대결을 해본 적이 없는 두 선수의 첫 조우이기도 했다. 결과는 무승부라고 판단하면 적당한 수준이었다. 1회 1사 1,2루 득점권 상황에서는 류현진이 벨린저를 뜬공으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4회 두 번째 만남에서는 벨린저가 볼넷을 골라 류현진을 괴롭혔다. 다만 토론토가 이겨 마지막에 웃은 건 류현진이었다.

▲ 벨린저에게 1볼넷을 허용했으나 승리를 가져가며 마지막에 웃은 류현진
▲ 후반기 내셔널리그 최고 타자 중 하나인 코디 벨린저

사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가벼운 농담이 오갔다. 이날 경기 중 토론토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 중계진은 벨린저의 이날 출전을 둘러싼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벨린저의 최근 자신감, 그리고 좋은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일화였다.

‘스포츠넷 중계진’은 두 선수가 1회 맞대결을 벌이자 “재미있는 장면이다. 류현진과 벨린저는 다저스에서 몇 년간 뛰었고 서로 만날 일이 없었다”고 두 선수의 인연을 소개하면서 “어제 경기 후 데이비드 로스 (시카고 컵스) 감독이 벨린저에게 ‘그(류현진)가 좌완이니 내일 휴식을 줄까?’라고 농담을 했다. 그러자 벨린저가 진심이냐는 표정으로 ‘농담해요? 진짜 선발로 나가고 싶다고요’라고 이야기하더라”고 껄껄 웃었다.

벨린저는 시즌 87경기에서 타율 0.328, 18홈런, 59타점, OPS 0.935로 완벽하게 반등했다. 시즌 초반 타격감이 오락가락한데다 부상도 있었지만 한 번 감을 잡은 뒤로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후반기 29경기에서는 타율 0.387, OPS 1.111의 어마어마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로스 감독의 말이 농담인 이유는 뉘앙스도 있었지만, 벨린저의 최근 상황과도 연관이 있다. 최근 7경기에서 타율 0.400, 장타율 0.720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절정이다. 며칠 전 휴식일도 있어서 굳이 뺄 이유가 없었다. 또한 벨린저는 좌우 스플릿이 치우치는 선수가 아니다. 좌타자이기는 한데 올해는 좌완 상대 성적이 더 좋다. 올해 우완 상대 OPS는 0.900인데, 좌완 상대로는 1.028에 이른다. 이날 라인업에서 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 444일 만의 감격적인 승리로 경력의 새 페이지를 연 류현진 ⓒ연합뉴스/AP통신
▲ 올 시즌 뒤 FA 시장에서 좋은 대우가 예상되는 코디 벨린저

벨린저 또한 최근 좋은 감을 이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휴식을 취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창 타격이 좋을 때 계속 출전하고 싶은 건 모든 타자들의 공통된 심리다. 다만 벨린저는 이날은 3타수 무안타에 1볼넷에 머물렀다.

류현진도 벨린저와 재회를 즐겼다. 류현진은 경기 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요즘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타자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좋은 공에도 잘 대처했다”며 재밌는 승부였다고 총평했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 모두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는다. 다음에는 어떤 유니폼을 입고 맞대결을 벌일지도 흥미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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