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터지는 中 부동산 위기…금융권까지 번지나 '초긴장'
불안한 外人 증시 탈출
뇌관 터지는데 '파격 부양책' 없어
외국인 10개월來 최대 규모 매도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권 이자 미지급으로 촉발된 부동산발 중국 경제 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국유 부동산개발 업체인 위안양그룹(시노오션)도 14일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졌다. 부동산개발 업체가 줄줄이 디폴트를 일으킬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는 가운데, 중국의 대형 부동산 신탁회사까지 현금 지급 능력을 상실하면서 2조8000억위안(약 514조원) 규모의 ‘그림자 금융’도 영향권에 들어섰다.
부동산발 악재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위기를 맞은 중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외국인 자금까지 이탈하고 있어 중국 증시 앞날이 어두워졌다.
심상찮은 부동산발 위기
14일 위안양은 달러 표시 채권의 이자 2094만달러(약 280억원)를 지급하지 못했다. 위안양은 올해 1~7월 신규 주택판매 기준 20위권인 국유 기업이다. 같은 날 매출 및 신규주택 판매 기준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중 1위인 비구이위안의 채권 11종(2조8700억원 규모) 거래가 중단됐다. 비구이위안은 1주일 전인 지난 7일 채권 이자 2250만달러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 공포를 일으켰다.
이날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은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진보홀딩스 등 3곳에 만기를 맞은 상품의 상환을 미뤘다. 회사 대주주인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원인으로 알려졌다. 중룽신탁의 주력 사업은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고수익 상품 판매다. 이런 부동산신탁업은 중국 당국의 규제가 느슨해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 중 하나로 꼽힌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상환 지연 규모가 모두 3500억위안(약 64조원)이어서 중국발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은행 JP모간체이스는 이날 낸 보고서에서 중룽신탁 사태가 악순환의 시작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룽신탁과 같은 부동산신탁회사가 현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일단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 위험이 커진다. 이 때문에 부동산 개발업체의 채권 등에 대한 투자심리가 나빠지고, 신탁회사가 만기를 맞은 상품을 롤오버(만기 연장)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JP모간은 중국 전체 신탁의 13%인 2조8000억위안(약 514조원)이 부동산 사업과 지방정부 부채에 노출돼 있어 디폴트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이 중룽신탁 사태를 조사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전했다.
중국·홍콩 금융시장에 먹구름
중국 부동산개발 업체의 연쇄 디폴트 위기가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자 사이에서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이 커지게 된다. 비구이위안이 무너지면 파괴적인 연쇄 부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중국 부동산 위기의 시발점이 된 헝다보다 진행 중인 프로젝트 규모가 7배에 달하는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외국인 자금의 중국 증시 이탈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255억위안어치를 순매도했는데, 작년 10월 이후 주간 기준 최대 규모다.
비구이위안이 최종적으로 디폴트에 빠질지, 피해 갈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비구이위안의 순부채 규모가 7000억위안으로 매각 가능 자산(1조2000억위안)보다 작고, 2018년 이후 재무안정성 확보와 부채 구조조정을 진행해 온 점에 비춰 관리할 수 있는 수준에서 사태가 일단락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부동산 개발업체의 자금 지원 확대를 발표하는 등 정책 지원도 뒤따를 것이란 전망이다.
주중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위험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 시각은 싸늘하다. 블룸버그는 부동산 경기 침체 때문에 중국 경제에 반등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베이징=이지훈 특파원/노유정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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