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셀프 촬영의 묘미를 끌어올리다, 캐논 파워샷 V10

2023. 8. 1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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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출시된 캐논 빅시아 미니X는 셀프 촬영, 1인 크리에이터의 콘텐츠 제작에 한 획을 그은 카메라다. 당시만 해도 원격 기능이나 자동 초점 기능도 미비해서 셀프 촬영을 하기 마땅치 않았고, 카메라 하드웨어와 디스플레이도 셀프 촬영 용도로는 부족했다. 빅시아는 사용자가 직접 화면을 보면서 촬영할 수 있고, 또 고성능 스테레오 마이크와 팬포커스로 동작하는 초광각 카메라를 탑재해 초점을 맞추는 불편함은 줄이고 음성 녹음의 품질은 크게 끌어올렸다.

캐논 파워샷 V10, 셀프 촬영에 특화된 4K 캠코더다 / 출처=IT동아

덕분에 빅시아 미니 시리즈는 유튜버, 콘텐츠 크리에이터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으며, 9년이 지난 지금도 중고가가 65~80만 원대에 이른다. 하지만 10년 전 제품인 만큼 가격 대비 이미지 품질이나 효용성, 성능은 대단히 떨어지는데, 카메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소비자들은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비싼 값에 제품을 중고거래 하는 실정이다. 결국 캐논에서 빅시아 미니 X의 콘셉트와 효용성을 잇는 새로운 콤팩트 카메라, 캐논 파워샷 V10을 출시해 시장 정리에 나섰다.

편리한 셀프 촬영에 최적, 캐논 파워샷 V10

캐논 파워샷 V10은 내장 스탠드를 활용하고, 플립 디스플레이로 화면을 꺾어서 쓰는 방식이다 / 출처=IT동아

캐논 파워샷 V10은 1인치 센서 기반의 셀프 촬영 전용 디지털 카메라다. 빅시아 미니 X의 1/2.3인치 센서보다 훨씬 큰 1인치 센서를 탑재해, 스마트폰보다 나은 야간 이미지 품질을 제공하며, 35mm 풀프레임 환산 기준 19mm f/2.8의 초광각 렌즈를 탑재해 팔을 뻗은 수준의 근거리에서도 주변부까지 폭넓게 담는다. 제품 크기는 가로 63.4mm, 세로 90mm, 두께 34.3mm로 담뱃값보다 조금 작고, 무게는 211g으로 큰 부담은 없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주머니에 서브 카메라로 들고 다니기에 적합한 구성이다.
각도는 앞으로 30도, 뒤로 30도 정도 꺾을 수 있다 / 출처=IT동아

캐논 빅시아 시리즈가 셀프 촬영 카메라로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각도 설정 덕분이다. 통상적인 디지털 카메라는 삼각대 없이 각도를 조절하기 어렵다. 캐논 파워샷 V10은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고, 또 스탠드로 카메라를 거치할 수 있어서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로우앵글, 하이앵글 모두 설정할 수 있다.

넘어지지 않고 지탱할 수 있는 각도는 위로 30도, 아래로 30도 정도며, 이 상태에서는 액정을 펼쳐도 넘어지지 않는다. 하이앵글로 두고 바닥이나 책상에 두고 혼자서 영상을 촬영한다거나, 로우앵글로 설정하고 선반 등 높은 곳에 둔 다음 촬영할 수 있다. 손잡이를 아래로 펼치면 손잡이 대용으로도 사용하기 적절하다.

인터페이스는 터치 혹은 물리 버튼을 사용해 조작한다. 반대쪽 전면에도 녹화 버튼이 있어서 바로 녹화할 수 있다 / 출처=IT동아

인터페이스는 기존 캐논 디지털 카메라와 비슷한 구성이다. 조작은 46만 화소 2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하거나, 후면 메뉴 버튼을 활용해 조작한다. 버튼은 전원 및 재생, 메뉴, 바로가기 설정 버튼 등이 있고, 라이브 스트리밍 및 스마트폰 연결을 바로 설정하는 버튼도 있다. 또한 렌즈 바로 아래에도 녹화 버튼이 있어서 후면을 안 보고도 바로 영상 촬영을 시작할 수 있다.

외부 입력 및 충전은 좌측의 USB-C형 단자로 이뤄진다. 해당 단자는 USB 2.0 버전이라 데이터 전송보다는 카메라 충전 용도가 적합하다. 반대쪽에는 마이크로 HDMI 단자와 3.5 오디오 입력 단자가 있어서 외부 디스플레이나 마이크 등을 연결할수 있다. 배터리는 내장형으로, 완충까지 약 1시간 50분 걸린다. 촬영 시간은 4K 기준 55분, FHD 기준 1시간 20분 정도다.

촬영 품질은 괜찮으나, 손떨림, 부가기능 부족해

캐논 빅시아 미니X가 인기를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대체할만한 셀프 촬영 기종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4년 당시 스마트폰은 아이폰 6, 갤럭시 S5, LG G3 등이 나오던 시절이다. 당시 스마트폰 카메라는 단일 렌즈인 데다가 영상 해상도도 낮고 이미지 품질도 조악했다. 그렇기 때문에 빅시아 미니X는 스마트폰과 차별화된 이미지 품질과 완성도로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


캐논 파워샷 V10이 출시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캐논 파워샷 V10은 4K(3840x2160) 30프레임 및 FHD(1920x1080) 60 및 30프레임 촬영을 지원한다. 무지향성 마이크가 지원되는 조건에서 화면을 보며 4K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보급형 스마트폰 수준의 해상도다. 최근 출시된 삼성 Z 플립5는 4K 60프레임, 갤럭시 Z 폴드5는 8K 30프레임을 지원하고, 훨씬 더 고품질 화면을 제공하는 데다가, 전면 디스플레이 혹은 폴더블 상태로 화면을 직접 보며 촬영할 수 있다.

게다가 캐논 파워샷 V10에 없는 120/240프레임 촬영이나 960 프레임 급 슬로우 모션, 광학 줌, 인공지능 기반의 동체 추적 및 심도 표현, 타임랩스까지 다 지원한다. 손떨림 방지 기능 역시 체감상 스마트폰이 우위고, 방수 기능도 스마트폰에만 있다. 어디까지나 핸드헬드가 간편한 콤팩트 카메라라서 비교하기가 애매하다고는 하지만, 이런 고성능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흥미를 끌 만한 요소가 너무 없다.


손떨림 방지 기능도 전자식만 채용했다. 손떨림 보정 기능은 광학계가 직접 이동하면서 손떨림을 보정하는 광학식 손떨림 보정과 화면의 일부분을 잘라서 보정하는 전자식 손떨림 보정 기능이 있다. 전자식의 경우 화각이 줄어든다는 단점도 있고, 또 결과물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그래서 최근에는 광학식과 전자식을 모두 채용하는 게 기본인데, 캐논 파워샷 V10은 전자식 손떨림 방지 기능만 채용했다. 가볍게 핸드헬드 하는 조건에서는 무난하지만, 보급형 스마트폰에도 들어가는 기능을 카메라가 지원하지 않는 건 명백한 한계다.

영상 샘플 역시 손떨림 보정을 끄면 걷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떨림을 느낄 정도고, 반대로 손떨림 보정을 켜도 그 수준이 많이 잡히지 않는데 화각까지 잘린 느낌을 준다. 전자식 손떨림 보정의 품질도 갤럭시 슈퍼스테디나 애플 액션모드보다 상당히 떨어진다. 테이블 용도나 핸드헬드, 혹은 이미지 손떨림 보정보다는 음성 품질이 더 중요한 리얼리티 느낌의 크리에이터라면 상관이 없겠으나, 영상 품질이 중요한 작업이라면 저해 요소다.


캐논 파워샷 V10의 가장 큰 장점은 결국 사운드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촬영하면 볼륨 조절이 어렵고 잡음도 많이 들어간다. 다행히 캐논 파워샷 V10은 상단으로 무지향성 스테레오 마이크를 장착해 음원 품질은 기대 이상이다. 샘플에서도 분수 소리가 현장감 있게 잘 녹음되었고, 샘플에는 없지만 목소리 녹음 역시 스마트폰보다 훨씬 좋게 들린다. 시끄러운 여행지 등에서 브이로그를 촬영할 때는 결국 음성이 들어가는지 유무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빛을 발하겠다.

이밖에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이 있지만, 와이파이를 연결해야만 쓸 수 있어서 실내에서 밖에 쓸 수 없다. 또 클라우드 연계나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등에 직접 연결하는 기능도 있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훨씬 안정적이다. 컬러 필터나 색상 모드 역시 최근에는 스마트폰도 잘 지원하므로 흥미를 끌기 어렵고, 또 스마트폰에서는 이미 몇 년전부터 지원하고 있는 고효율 포맷 HEIF와 편집용 포맷 RAW도 지원하지 않는다.

콘셉트는 좋지만, 너무 늦게 나왔다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빅시아 시리즈의 후속 제품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후속 제품이 등장하기 까지 9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 카메라 시장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굳건할 것만 같던 DSLR은 완전히 사양세로 접어들었고, 콤팩트 카메라는 물론 APS-C 카메라까지 전멸했다. 스마트폰이 2억 화소에 100배 줌, 8K 영상까지 지원하는 와중에, 캐논 파워샷 V10이 출시됐다. 2016년에 나왔으면 환영받을 제품이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고성능 스마트폰, 고프로 시리즈와 비교해 기능이나 성능 면에서 부족한 면이 많다. 음성 품질과 직관적인 활용도가 우선이라면 고려할만하다 / 출처=IT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논 빅시아 미니 시리즈가 지금까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셀프 촬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음향 품질 덕분이었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셀프 촬영까지는 따라잡았지만, 음향 품질은 여전히 비교 불가다. 또 HDMI와 오디오 단자 지원, 마이크로 SD 카드 지원, 삼각대용 ¼ 나사 홀 등은 여전히 스마트폰으로는 갖추기 힘든 조건이다. 영상 품질이나 이미지 기능, 활용도 측면에서는 상당히 부족하지만, 음향 성능과 외부 연결, 셀카봉이나 삼각대 연결 등 촬영 관점에서는 여전히 강점이 있다.

가격은 62만 9천 원대로 고프로 히어로 11보다 조금 더 비싸다. 고프로 11의 성능과 액세서리 생태계를 고려한다면 캐논 파워샷 V10을 고를 사람은 적을 것이다. 그래도 캐논 빅시아 미니 X의 중고가보다는 저렴하므로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고, 또 고성능 마이크가 있고 사용성이 직관적이므로 초보자가 쓰기에는 이쪽이 더 좋을 것이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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