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딱 하루, 쿠팡 노동자는 못 쉬는 '택배없는 날' [보니보니]

최규진 기자 2023. 8. 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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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스5후의 가보고 들어보고 만나보는 코너, 이번 주부터는 2대 보니 최규진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여도현 보니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인데, 오늘(14일) 첫 소식 어떤 걸 준비했습니까?

[기자]

오늘은 '나만 못 쉬어보니' 입니다. 혹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계신가요?

[앵커]

오늘은 빨간 날 아니잖아요. 내일이 광복절이고…

[앵커]

요새 징검다리 휴일, 샌드위치 휴일이라고 해서, 주말과 공유일 사이 평일은 쉬는 경우도 많잖아요. 그 얘기인거죠?

[기자]

맞습니다. 빨간 날과 빨간 날 사이 휴일… 특히 광복절 하루 전인 오늘은 바로 정부와 택배업계가 지정한 '택배없는 날'인데요. 어제부터 오늘, 내일까지 사흘간 주요 택배업체들이 배송업무를 중단합니다. 때문에 어제부터 접수된 택배는 광복절 이후인 16일부터 배송이 됩니다.

[앵커]

그런데 왜 제목이 '나만 못 쉬어 보니'? '택배없는 날'인데도 못 쉬는 기사분들이 있다는거죠? 좋습니다. 영상 바로 함께 볼까요?

+++

포장을 뜯지 않은 상자들이 작업장 옆에 쌓여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도 멈춰 서 있고 화물트럭도 문이 잠겨있습니다.

쉴 틈없이 돌아가던 터미널이 사람 한 명 없이 한산합니다.

택배없는 날 연휴를 맞아 금요일인 지난 12일 오후부터 가동을 멈춘겁니다.

이곳은 서울 서초구의 택배물량을 담당하는 터미널입니다.

물류허브에서 보낸 하루 3만개의 택배를 택배기사들이 받아서 배송 시작하는 곳입니다.

택배없는 날을 맞아 라인이 모두 멈춰선 모습입니다.

[조윤옥/CJ대한통운 집배점장 : 저희가 배달 기사님이 120명정도 근무하고 있습니다. {오늘 다 쉬시는거에요?} 네. {언제까지 쉬시나요?} 오늘 오후(12일)부터 13,14,15까지 쉽니다. {이 기간에는 택배를 아예 안하는 거에요?} 네, 허브가 쉬기 때문에 서브도 당연히 쉬고. {전국적으로 다 그런가요?} 네.]

주요 택배사들이 배송업무를 쉬면서, 온라인 쇼핑몰도 고객들의 양해를 구하는 안내문을 걸고 택배 없는 날에 동참했습니다.

덕분에 택배기사들은 모처럼 주어진 사흘간의 짧은 휴가를 반깁니다.

[최규성/CJ대한통운 택배기사 : {얼마 만에 휴가 가시는거예요?} 지금 거의 1년만에? 허허. 평일과 공휴일 묶어서 쉴수 있기 때문에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굉장히 만족스러운 제도라 생각을 하고요. {없었으면 어땠을것 같아요?} 없었으면…많이 힘들었을거 같네요.]

그런데 이 택배없는 날에도 쉬지 않는 배달기사들이 있습니다.

당일배송, 새벽배송처럼 자체 배송망을 활용하는 쿠팡 등의 유통업체는 이 택배없는날에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편의점 택배도 휴무없이 수거와 배송업무를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서울 동남권 물량을 담당하는 복합 물류단지입니다.

택배없는 날, 택배쉬는날을 맞아 대부분 작업을 중단했는데요.

당일 배송을 해야 하는 택배차량들은 오전부터 배송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연휴에도 쉴 수 없는 택배기사들은 아쉬움을 털어놓습니다.

푹푹 찌는 날씨에 이미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신만균/쿠팡 택배기사 : {오늘 택배 다 쉬는 날인건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하시는 거예요?} 네. 어쩔 수 없이 그냥… 회사에서 쉬라는 얘기를 안 하니까 저희는 '택배 없는 날'이 아니라 '택배 있는 날'이에요. 4~5시간 정도는 더 배송해야 돼요. 같은 택배 일을 하면서도 (우리는) 일을 해야 되니까 소외감이라고 할까요? 그런 건 좀 있어요.]

쿠팡 측은 배송 기사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휴가를 갈 수 있다며 휴식권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택배노조 측은 상생이라는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이라며 택배없는 날에 모두 동참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강민욱/전국택배노조 쿠팡택배 강남지회장 : 택배 없는 날은 택배 기사, 물류센터에서 분류하는 분류 노동자들, 모든 택배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다 쉬자는 겁니다. 눈치 보지 않고.]

+++

[앵커]

일반 택배기사는 쉬지만, 자체 배송망을 유통업체의 택배기사는 쉴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이 있었네요. 이 택배없는날이 시행된 게 벌써 4년째죠?

[기자]

택배 기사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지난 2020년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에 도입됐습니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20% 증가하는 등, 기사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기사 사망 건수가 최소 10건이 나오면서, 고용노동부와 물류 협회, 택배 4사 등이 공동으로 도입한 겁니다. 이 택배없는 날 연휴에는 전체 택배 기사의 80%, 약 5만 5천여 명이 연휴를 가질 걸로 보입니다.

[앵커]

택배없는 날에 참여하는 업체들과 불참하는 업체 간에도 서로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다고요?

[기자]

앞서 말씀드린 대로 쿠팡 측은 택배없는날을 내세워 노조와 경쟁업체들이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택배기사들이 원하면 3주까지 휴가를 낼 수 있는데, 마치 휴식을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지적받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축은 "특정업체만 불참하고 배송을 지속할 경우 참여한 기익에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면서 "고객을 빼앗길 우려를 가진 중소 택배사들의 참여까지 원천 봉쇄될 수 있다며 비판했는데요. 이러한 불협화음에는 대리점과 기사들을 유치하기 위한 업계의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앵커]

사나흘 공백 있는 동안 또 물류센터에 물량이 어마어마하게 모여있으면, 연휴가 끝난 뒤 택배기사들의 업무가 가중될까봐 또 걱정됩니다. 무엇보다 조금 늦더라도 안전한 배송을 기다릴 줄 아는 소비자 인식도 중요해 보입니다. 참고로 뉴스5후는 빨간날인 내일도 쉬지 않는다는거, 내일도 본방사수 부탁드립니다. 최보니,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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