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에 잘나갔던 화장품 황제주…다시 전성기 맞이할까?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중국 소비재 관련주들이 들썩인다. 화장품주도 연일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특히 그간 소외됐던 대장주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저가 화장품주에 밀려 주가가 죽을 쒔던 이들이 돌아온 유커 덕에 왕좌를 되찾을지 관심이 커진다.
14일 증시에서 LG생활건강은 주가가 보합권에 머무르며 전 거래일과 동일한 49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전 거래일 대비 1200원(0.92%) 오른 13만16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30%가량 빠졌지만, LG생활건강은 한때 황제주 반열에 올랐던 주식이다. 2015년 11월에 황후의 화장품을 표방한 프리미엄 '후' 브랜드가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면세점에서 불티나게 판매됐고, 당시 100만원 고지를 넘으며 황제주에 등극했다. 2021년 7월 1일 장중 178만40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주가가 3분의 1토막이 났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 2015년 7월에 주가가 45만원을 기록한 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겪으며 현재 10만원대 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최근 주가가 반등한 계기는 한국을 대상으로 중국 자국민들의 단체 관광 여행이 허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다. 2017년 3월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행 단체 비자 발급을 중단했지만, 6년 5개월만인 지난 10일 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한국을 대상으로 중국인들의 단체 관광 여행을 허용했다. 문화여유부의 발표 당일 LG생활건강은 전 거래일 대비 5만8500원(13.31%) 오른 49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아모레퍼시픽도 9400원(7.76%) 오른 13만500원에 거래를 마치는 등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으로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소비재 테마주에 엮여 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회복되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 효과로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수준에 근접했으나 중국 관광객 숫자는 35% 수준에 그쳤다. 사드 사태 발생하기 이전인 2016년과 비교하면 22%에 불과하다. 만약 이들이 돌아오고, 과거처럼 두 회사의 프리미엄 화장품을 소비한다면 실적과 주가 모두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7월 중국의 사드 보복이 진행되기 전까지 중국인 여행객은 한국 내수시장의 가장 큰 손이었다"며 "올해 6월 기준 16만8000명까지 늘었던 중국인 입국자 수가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 12월 수준으로 회복되면 지금보다 3배 이상 많은 중국인이 국내에서 지갑을 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기대와 달리, 아직 눈에 띄는 실적 회복세가 없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두 회사 모두 올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배송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LG생활건강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1조8077억원, 영업이익은 27% 줄어든 1578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며 "아모레퍼시픽은 매출액 9454억원,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으나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대폭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하향한 상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연결기준 LG생활건강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6044억원으로 3개월 전과 비교할 때 18%가량 하향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35%가량 줄어든 1980억원이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소비주 주가가 추가 상승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여전히 중국 소비관련주의 실적 전망이 불안정하고, 아직 펀더멘털 동력을 기반으로 한 상승은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 실물지표 공개 시점 전후가 단기 정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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