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이병헌, 다음은 정우성" K무비의 축복이 끝이 없네
"한국의 아파트, 디스토피아 세계관과 딱...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 거리 던져주고 싶어"
보호자 감독 정우성
"장르 액션이지만 곳곳에 심은 유머 함께 즐기길, 감독 적성에 맞아… 새로운 도전 계속하고파"
여름극장가 후반전이 시작됐다. 전반전의 승기는 '밀수'의 류승완 감독이 잡았다. '밀수'는 지난 11일 손익분기점인 4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밀수'의 바통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이 잡았다. 이 영화는 개봉 첫주 150만명을 불러 모았다. 광복절 연휴가 낀 이번주는 예매율 50%를 훌쩍 넘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와 배우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 그리고 유해진·김희선의 로맨틱 코미디 '달짝지근해: 7510'이 나란히 개봉한다. 후반전 대표 주자 엄태화와 정우성 감독을 만났다.
■"아파트, 한국사회 담기 좋은 배경"
엄 감독은 배우 엄태구의 형으로 류승완·류승범을 잇는 충무로 감독·배우 형제로 유명하다.
박찬욱 감독 조감독 출신인 그는 첫 장편영화 '잉투기'(2013)로 충무로의 눈도장을 찍었고, '가려진 시간'(2017)으로 대종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흥행은 부진했다. 당시의 심경을 "붕괴됐었다"고 표현한 그는 "이번 영화의 첫번째 목표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면서도 "생각할거리도 던져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 후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 주민들의 생존기를 스릴러이자 블랙코미디로 풀어낸다. 입주민들은 외부 생존자들을 배척하며, 주민대표 영탁(이병헌)을 중심으로 새로운 규칙을 만든다. 엄 감독은 전작들에 이어 이번에도 사회현실을 투영했다는 지적에 "어떤 인물이나 현상을 볼 때 이면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디스토피아를 좋아하는데다 원작 웹툰 '유쾌한 이웃'의 배경이 아파트라는 점이 재밌었다"고 부연했다. "저 역시 아파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사회를 얘기하기에 아파트는 좋은 배경이었습니다."
극중 이병헌은 "저는 이 아파트가 선택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외친다. 집 때문에 피눈물을 흘린 영탁은 그 선택된 아파트 주민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영끌'해 아파트를 산 신혼부부 민성(박서준)과 명화(박보영)는 현실과 이상을 상징한다. 민성은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해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지만 애초에 집단 이기주의를 경계한 명화는 그런 남편의 변화를 가슴 아파한다.
초반부 반상회 장면은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과 같다. '어떤 관객은 이상을 추구하는 명화를 빌런으로 본다'는 지적에 엄 감독은 "누구에게 감정이입해서 보느냐에 따라 영화가 다르게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각자의 생각을 서로 이야기 나누길" 바랐다.
"솔직히 저도 정답은 모릅니다. 다만 명화가 반상회에서 같이 살 방법을 찾아보면 어떨까라고 말하는데 아무도 반응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한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요? 엔딩에는 내가 배가 고프면 타인도 배가 고플 것이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담았습니다."
■"캐릭터들 엇갈림과 충돌 즐겨달라"
30년차 배우 정우성의 감독 데뷔작 '보호자'는 절친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보다 먼저 찍었지만, 1년 늦은 15일 개봉한다. 애초 주연배우로 참여한 프로젝트였는데 메가폰까지 잡게 됐다.
'보호자'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정우성)은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평범한 삶을 꿈꾸나 2인자 성준(김준한)은 2인조 킬러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에게 수혁을 제거하라고 시킨다.
'보호자'는 배우 겸 감독 정우성의 감성과 취향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아날로그 스타일의 액션과 멜랑꼴리하면서도 유머가 군데군데 녹아있는 이야기 구조 속 독특한 캐릭터들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정우성의 연출 의도 역시 "장르적인 외피는 액션이지만, 수혁의 죄책감과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후회, 남다른 개성과 매력을 가진 캐릭터들 간의 엇갈림과 충돌이 주는 긴장감 그리고 웃음을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우진과 진아는 '보호자'에서 단연 돋보이는 '빌런 커플'이다. 2인자의 불안을 다채롭게 그려낸 김준한,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아역 배우까지 배우들 연기 보는 맛이 있다. 액션신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나름 개성이 있다. 자동차를 탄 수혁이 엔진 굉음을 내며 여러 명의 조직원과 맞서 싸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정우성은 "수혁은 폭력적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폭력을 휘둘러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인물로, 가장 익숙한 공간이 자신의 자동차 안으로 숨어 폭력적 행위를 뿌리치려는 황소처럼 보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곳곳에 배인 유머 코드에 대해서는 "평소 웃음의 중요성, 그 가치를 늘 생각한다"며 "실없는 농담도 즐긴다. '진지충' 아니다"라며 웃었다. 정우성은 "연기와 연출을 같이해 피로감이 컸지만, 감독이 적성에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비트'(1997)로 데뷔한 그는 자신을 주역으로 발탁한 김성수 감독에게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영화판에 대한 애정도 컸다. 평소 영화계 '보호자'와 같은 마음을 보인 그는 "영화는 내 존재 가치를 만들어주는 일"이라며 "(영화계를 위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고 바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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