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체계적 관리… 밀집지역 순찰·모니터링 강화" [분노가 키운 길거리 살인마(6)]
"검경, 묻지마범죄 사례 분석
사회안전망 강화·예방대책 필요
경찰, 현장 대응훈련 강화해야" 끝>
■범죄패턴 파악하고 처벌 강화
14일 경찰과 검찰, 법무부 등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묻지마 범죄 패턴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데이터를 모으는 한편 정부는 흉기 휴대, 살인 예고 등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을 강화키로 했다. 법무부가 이날 입법 예고한 형법 개정안은 △살인예고 및 공공장소 흉기소지 처벌 규정 신설 △중증 정신질환자 사법입원제 검토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등을 담았다.
검찰과 경찰은 묻지마 범죄에 대한 패턴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인 범죄 적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지난 1월부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통계원표에 2가지 범행동기 항목을 신설했다. '사회 적대감'과 '제3자 분풀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 일어나는 최근 범죄도 이 2가지 항목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이같은 범행동기로 발생한 사건 925건 가운데 신체적 피해가 뚜렷한 살인·상해·폭행치사 사건을 중심으로 범죄 수사결과보고서 등을 추가 분석해 모두 18건을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로 최종 분류했다.
전문가들은 처벌 강화 전에 예방과 관리 대책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범죄를 진짜 저지르려고 하는 사람은 어떻게 범죄를 실행할지만 생각하지 이후에 처벌을 얼마나 받게 된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처벌의 엄격성만 높이지 말고 예방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 교수는 "범죄학의 사회 유대이론 내지는 사회 통제이론에 따르면 사회와 개인을 이어주는 유대의 끈이 있어야 개인의 병이나 일탈 범죄 행동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의 복지 제도와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마련해 사람들이 소외감을 덜 느끼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중증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에 대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역대 묻지마 범죄사건 피의자 중에는 정신질환 증세가 있으나 치료를 중단한 사례가 있다. 서현역 칼부림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용호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분당 서현역 사건 피의자는 정신질환이 있었지만 3년간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며 "갈수록 사회가 개별화되면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어드는 추세인 데다 특히 진학이나 취업 등에서 실패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우울증에 걸린 뒤 제대로 치료되지 않고 장기화되면 정신질환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이나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관리해 주는 지역 기반한 체계들을 더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현재는 우울증이나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공공체계도 없고 다 개인 책임으로 넘긴 상태"라고 진단했다.
■"예비적 현장 대응력 높여야"
경찰의 현장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식 서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10여년 사이에 대한민국 경찰의 근무방식이 기존의 도보순찰 및 거점순찰 대신 112 대응 중심으로 바뀌었다. 사람이 밀집돼 있는 곳에는 제복 입은 경찰관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또 밀집지역은 때에 따라 유동적이므로 이에 맞춰 경찰의 근무체계가 유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서현역 사건이 발생한 이후 지난 3일 오후 회의를 열고 112 순찰차와 기동대 인력을 다중밀집 장소에 투입하고 주민들로 구성된 자율방범대와 야간 합동순찰을 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CCTV 관제센터 모니터링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교수는 현장 대응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비판했다. 그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반짝 테이저건 훈련 등을 하지만 지금은 하지 않는다"며 "현장 대응훈련이 일상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지금은 비번 때 훈련을 하게 돼 있는데 출근해 있는 시간 내에 업무의 일환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장난 삼아 살인예고 글을 올리는 10대 등 저연령층의 경우 처벌보다 인식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곽 교수는 "살인 예고 글을 올린 연령대 가운데 10대가 높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장난이나 호기심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제대로 알려주고 교육·홍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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