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준비 부족’ 알고도 손놓았다 [‘잼버리 파행’ 책임규명]
호우·폭염·배수시설 현황 등
올 3월부터 2차례 안전점검
미비점에도 보완 없이 강행
환경단체 부지매립 중단 요구하며
이미 매립된 대체부지 제시했지만
여가부, 공사 진척·안전 이유로 거부
침수·배수대책 대회직전도 문제 제기
야영지 전기설비도 절반만 적합 판정
‘침수 텐트’ ‘화장실 불결’ 등 총체적 부실
정부 관계자는 “안전점검은 이미 설치된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기설비라면 누전 위험이 없는지, 배수펌프가 물에 잠겨 사고가 나지 않을지, 덩굴터널이 무너지지 않을지 등을 확인한다”며 “당시 점검이 제대로 됐는지, 점검 결과에 따른 권고 조치가 사후 제대로 이행됐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잼버리 주무부처인 여가부는 3년 전 지역 환경단체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부지 매립공사 중단 요구에 “안전한 행사장 조성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회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여가부가 전북도의 잼버리 부지 매립공사를 엄호한 셈이다.
여가부의 ‘잼버리 부지 조성공사 중단 요구 등에 대한 의견 회신’ 자료에 따르면 여가부는 2020년 8월 전북환경운동연합 측 공사 중단 요구에 대해 “잼버리 부지 매립사업은 제19차 새만금위원회(2017년 12월6일)의 심의 의결을 거쳐 진행하게 됐으며 현재는 상당히 진척(약 60%)된 상태”라고 밝혔다.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점을 들어 공사 진행의 불가피성을 설명한 것이다. 여가부가 이 같은 의견을 회신한 건 문재인정부 임기 때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당시 잼버리 부지로 공사가 진행 중이던 해창 갯벌이 “갯벌 원형이 남아 있고 인근 하천과 연결하면 기수역(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구역)으로 복원하기 용이하다”며 공사 중단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신시도-야미도 부지와 계화도 부지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이와 관련해 “당시 여가부에 관광레저용지인 신시도와 야미도 사이에 20만평 이상 부지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냈다”며 “시간이 촉박하니깐 그 시점에 이미 농업용지로 조성돼 있던 계화도 쪽 부지를 공사하는 게 안정적으로 야영장을 확보하는 데 더 낫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여가부가 우려했던 “침수피해”는 결국 현실이 됐다. 잼버리 야영장은 대회 직전까지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물에 잠겼고, 실제 태풍 카눈 예보로 침수 피해 우려가 커지자 조기 철수 결정까지 내려졌다.
윤석열정부 들어서도 여가부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잼버리 대회를 코앞에 두고 수차례 진행한 현장점검 또한 결과론적으로 보여주기에 그쳤기 때문이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대회를 일주일여 앞두고 임상규 전북도 행정부지사, 권익현 부안군수 등과 함께 현장점검을 벌였다. 여가부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주요 자연재난에 대한 대응체계 및 배수로 정비상황” 등을 중심으로 점검했다고 밝혔다. 화장실, 샤워장 등 영지시설도 점검했다. 6월에도 다른 공동조직위원장들과 함께 잼버리 일정·분야별 준비사항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도 내·외곽 배수로 정비, 강제배수시설 설치 등 침수·배수 대책이 논의됐다. 그러나 실제 대회가 시작된 이후 현장점검에서 대책을 논의했던 침수·배수는 탈이 났고, 화장실·샤워장 위생 문제 또한 외신을 통해 지적됐다.
그는 “잼버리 특별법에 따라 조직위 결제, 지침 등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폭염에 대비한 덩굴터널 설치와 화장실, 샤워장 등 부대시설 준비에 대해서는 조직위에서 준비했고 역대 대회에 비춰볼 때 적지 않다는 의견에 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폭염이 예상보다 심각하고 청소인력 부족 등 문제가 불거져 유감”이라고 했다.
‘새만금 잼버리를 구실로 수조원의 예산을 썼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새만금 사업은 잼버리를 유치하기 훨씬 이전인 노태우 정권부터 30년 넘게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10조원 규모의 SOC 사업은 잼버리와 관계 없이 새만금 기본계획(MP)에 따라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김승환·송은아 기자, 이강은 선임기자, 전주=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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