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간발의 차였다...일상의 행복에 감사하고 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끄럽고 쑥스럽습니다.
저 말고도 누구라도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했을 겁니다.
차량 위로 피했지만 그 차량마저 물에 뜰 정도로 수위가 차오르자 그는 함께 있던 생존자들에게 "더 이상 머물면 익사할 것 같다. 빠져나가야 한다"며 앞장섰다.
손 곳곳이 멍 들고 상처투성이가 됐고 도중에 힘들어 포기할 생각마저 들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G그룹 정씨 등 네 명 'LG의인상' 수상자 선정
부끄럽고 쑥스럽습니다. 저 말고도 누구라도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끄집어내기 위해 노력했을 겁니다.
LG의인상 수상자 정영석씨
정영석(45)씨는 지난달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에서 살아나온 생존자이자 난간에 올라 떠내려가는 다른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애쓴 '의인'이다. 언론과 온라인을 통해 '남색 셔츠 의인'이라는 별칭까지 붙어 화제가 됐다. 그런 그가 LG의인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린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14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텐데 특별한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창피하다"고 말했다.
정씨 자신 또한 오송 지하차도에서 위기에 처했다가 구조된 인물이다. 증평군청 수도사업소 하수도팀장인 그는 당일 오전 폭우로 비상근무를 하기 위해 출근하던 중 터널 한가운데서 차량이 멈추며 발이 묶였다. 차량 위로 피했지만 그 차량마저 물에 뜰 정도로 수위가 차오르자 그는 함께 있던 생존자들에게 "더 이상 머물면 익사할 것 같다. 빠져나가야 한다"며 앞장섰다.
지하차도 천장의 철제 구조물을 붙잡고 100m가량을 나아갔다. 손 곳곳이 멍 들고 상처투성이가 됐고 도중에 힘들어 포기할 생각마저 들었다. "큰 수술을 앞두고 있는 부인을 떠올리니 그 곁에 있어야 된다 싶어 악물고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막판에는 스티로폼에 의지해 간신히 물 위를 떠다니던 중 운전기사 유병조(44)씨가 그를 난간 위로 끌어 올렸다.
온몸에 힘이 빠졌지만 정씨도 같이 빠져나온 생존자와 다른 생존자까지 두 명을 붙잡아 구했다. 그는 "끌어 올리다 놓치기도 해서 자세를 바꿔 가며 간신히 끌어 올렸다"며 당시 긴박한 상황을 돌이켰다.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받았다"
기적적으로 위기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을 구하며 의인으로 불렸지만 그는 "죄책감이 컸다"고 했다. 침수 사고에 휘말린 것이나 사고 이후 삶과 죽음도 간발의 차였다. 사고 직전 지하차도엔 물이 바퀴까지 찼지만 지나갈 수 있겠거니 했는데 차량이 멈췄다. 함께 차량 위에 있던 세 명 중 한 명은 물에 휩쓸려 갔다. 정씨는 "나를 따라 들어온 차량 중 사고를 당한 분, 구하지 못해 희생된 분들이 떠올라 내 책임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사고 이후 남색 셔츠 의인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생존자들과 연락이 닿았다. 정씨는 자신을 구한 유씨에게 감사 인사를 위해 연락했고 정씨의 구조를 받은 이들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왔다. 그는 "서로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었다는 말을 나누며 일상의 행복을 소중히 여기게 됐다"면서 "일상에서 아무 일 없이 가족도 건강하고 아는 이들이 행복하면 그게 행복"이라고 말했다.
LG복지재단은 14일 정씨와 유씨, 한근수(57)씨와 양승준(34)씨 등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한 네 명을 'LG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유씨와 정씨는 물에 빠진 생존자를 차량과 난간 위로 끌어 올려 다섯 명을 구했다. 한씨도 이 과정에서 손을 보탰던 인물이다. 양씨 또한 차량 안에서 움직이지 못하던 부부가 탈출할 수 있게 도왔다.
LG의인상은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뜻을 반영해 2015년 제정됐다. 2018년 구광모 현 LG 회장이 취임한 뒤에는 선행과 봉사로 귀감이 된 일반 시민으로 수상자 범위를 넓혔다. 현재까지 수상자는 총 201명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잼버리의 '잼' 자도 몰랐다... '염불보다 잿밥' 병폐 되풀이
- '미우새' 측, 이상민 전 연인 공개 논란에 "당사자 사전 동의"
- 수영 황선우, 뺑소니 혐의로 경찰 조사..."피한 줄 알았다"
- 우리 밖 20m도 못 가서 사살된 백수의 왕… "민간사육장 관리 강화를"
- 여성 DJ 소다 "일본 공연서 관객들이 성추행...너무 무섭다"
- 내 진로도 못찾았는데...가족 부양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괴로워요
- 5년간 수술 실습에 동원됐던 믹스견 '쿵쿵따'가 남긴 것
- 여름철 곰팡이 제거하려고 ‘락스’ 쓰는데 안전할까?
- "공짜로 못 보게 4미터 벽 설치"...일본 불꽃놀이도 '유료화'
- 양조위, 36세 연하 우주소녀 성소와 불륜설... 성소 측은 '반박'